[윤석만의 시선] 교대 커트라인 하락, 교사 인기 하락 탓?
얼마 전 부산교대의 신입생 커트라인(정시모집)이 지난해(2.63등급)보다 두 계단 떨어진 4.25등급으로 나와 충격을 줬다. 백분위로 상위 41% 수준이다. 진주교대 2.88→3.63, 춘천교대 2.63→3.75 등 다른 교대의 커트라인도 함께 급락했다. 전국 10개 교대의 경쟁률은 1.4~2.5대 1이었다. 정시모집은 3곳까지 지원 가능해 3대 1 미만이면 미달로 본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교사의 인기가 시들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의사·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에 비해 소득이 덜하고, 과거보다 스트레스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교사는 여전히 타 직업군에 비해 안정적이고 ‘워라밸’도 보장된다. 그런데도 교사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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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생 희망 직업 압도적 1위
학생수 급감에도 정원 그대로
지역별 교대 통폐합 서둘러야
」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진로교육 현황 자료를 보자. 전국 초·중·고교생 2만 2702명에게 희망 직업을 물었는데 교사가 초등학생 사이에선 2위, 중·고생 사이에선 독보적 1위였다. 특히 중학생들에겐 2위와의 격차가 2배 이상 났다. 교사의 처우도 선진국보다 높다. 15년차 기준 초등교사의 법정 급여(6만185달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만9245달러)보다 훨씬 많다.(2021년)
이처럼 교사의 인기가 갑자기 떨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교대의 경쟁력이 낮아진 이유는 뭘까. 핵심 원인은 쌓여가는 임용 적체와 이를 반영하지 못한 교대 정원에 있다. 즉, 신규 임용되는 교사 수는 계속 줄고 있는데 그에 맞춰 교대 정원을 미리 감축하지 않아 진로 안정성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률은 2017년 69.5%에서 2022년 48.6%로 낮아졌다. 이는 각 교육청이 채용 인원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올해 114명을 뽑는 데 그쳤다. 서울교대 입학정원이 355명인 걸 고려하면 한해 졸업생의 68%가 재수를 하거나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채용문은 훨씬 좁아질 전망이다. 지난 24일 교육부는 초·중·고 공립교원 채용 규모를 2027년까지 최대 28%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3561명을 선발한 초등교사는 2027년 2600명 안팎으로 줄어든다. 전국 10개 교대와 일반대 초등교육과 3곳의 입학정원(3847명)보다 1200여 명이 적어 졸업생 상당수가 다른 진로를 택해야 한다.
하지만 특수목적대학인 교대는 졸업생이 다른 직업을 갖기 어렵다. 육군사관학교·경찰대학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교대의 교육과정은 사범대와 달리 교과 학습뿐 아니라 인성과 신체발달 등 전인교육에 특화돼 있다. 국가적으로도 전문 인력이 4년간 받아온 직업·교육 훈련과 전혀 다른 분야로 가면 비효율적이다.
그 때문에 고등교육법시행령(28조)은 교육부 장관이 유연하게 교대 정원을 정하도록 해 놨다. 이에 따라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교원수급 미스매치가 생기지 않도록 교대 정원을 2005년(6225명)부터 2012년(3847명)까지 매년 수백 명씩 줄였다. 이 기간 유·초·중·고 학생 수는 100만 명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세 차례나 정권이 바뀔 동안 교육부는 정원을 조정하지 않았다. 2012~2022년 학생 수가 738만 명에서 588만 명으로 줄었는데도 말이다. 그 결과 정부만 믿고 교대에 진학한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그렇다고 채용 규모를 당장 늘릴 수도 없다. 임용시험 합격 후 미발령자만 2081명에 달한다.
적정한 교대 정원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매년 출생아 수를 보면 7년 후 초등학교 입학 인원이 보인다. 여기에 교사 1인당 학생 수와 학급당 학생 수 등을 고려해 전체 교원 규모를 구하고 퇴직 인원만큼 빼면, 신규채용 인원을 정할 수 있다. 교대 정원을 이에 비례해 결정하면 된다.
한때 100만 명에 육박했던 초등학교 신입생이 올해(2016년생)는 40만6200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출생아는 24만9000명이다. 6년 후 이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된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적다. 교대 정원 감축은 한시라도 미룰 여유가 없다.
이번 기회에 교대 구조조정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입학정원이 100~200명으로 줄면 독립대학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서다. 지역별로 두세 개의 교대를 묶거나, 인근 국립대와 통합할 수 있다. 과거에도 강릉·군산·마산·목포교대 등이 통폐합했다. 결정이 늦을수록 교대생의 한숨만 쌓여간다. 그 책임은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에 있다.
윤석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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