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식무구포 거무구안

2023. 5. 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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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사람임에도 그저 맛난 먹거리와 안락을 추구할 뿐 가치지향이 없다면 동물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공자도 필요 이상의 풍요로운 식사와 지나친 안락을 경계하였다.

추사 선생의 작품 중에 “두부, 오이, 생강 등 푸성귀라도 푸짐하게 삶아 놓고서, 우리 부부와 아들, 딸, 손자, 손녀가 뜻만은 높이 갖고 모여 앉으면(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 그것이 바로 최고의 행복”이라는 말을 쓴 명작이 있다. ‘고회(高會)’ 즉 ‘높은 뜻의 모임’을 갖는 가족이기에 푸성귀 나물의 소박한 밥상에서도 최고의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求:구할 구, 飽:배부를 포, 居:살 거. 먹되 지나친 만족을 추구하지 말고, 살되 지나친 편안함을 추구하지 말라. 35x75㎝.

넓은 식탁에 상다리가 휠 만큼 산해진미가 즐비하대서 한없이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100칸 호화주택이 아까워 한 방당 1시간씩 밤새 돌아다니며 잘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공자도 “부지런히 일하며, 말을 삼가고, 도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늘 자신을 바로잡는 사람이야말로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풍요와 안락보다는 가치를 추구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가치추구가 없이 포식과 안락에 취하여 초래한 과잉체중을 다시 가장 ‘안락한’ 방식의 운동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진정한 즐거움과 행복은 갈수록 멀리 달아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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