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은 ‘하우스 오브 카드’(2013~2018)다. 마거릿 대처 총리 시대의 끝자락에서 영감을 받은 4편짜리 BBC 동명 정치 드라마(소설)의 판권을 확보한 미디어 라이트 캐피털(MRC)이 제작했다. 이 기획에 넷플릭스만 눈독을 들인 것은 아니었다. 물밑 협상은 뜨거웠고, ‘드라마 왕국’ HBO를 포함해 주요 네트워크가 탐냈다. 이때 넷플릭스는 두 개의 시즌(총 26회)을 선주문하는 파격을 선보인다. 편당 500만 달러를 들였고, 첫 두 시즌에만 약 1억 달러를 썼다. 미국 기준으로도 고액 쇼핑이었다. 당시 미국 언론은 “넷플릭스 14년 역사에서 가장 큰 모험”이라고 평했다.
탄탄한 대본과 스타 배우가 있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에 파일럿 에피소드로 ‘간을 보거나’, 진짜 자신 있을 경우 6회 정도 선주문하던 시절이었다. 주인공 케빈 스페이시의 성추문으로 시즌6에서 멈추긴 했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가 DVD 배달 서비스에서 콘텐트 스트리밍으로 사업 방향을 바꾼 것만큼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이제 세계 드라마 등 영상 콘텐트 소비는 넷플릭스가 주도한다. 이렇게 되는 데 딱 10년이 걸렸다.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트에 4년간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전해진 이 소식은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희소식인 동시에 한국 영상 콘텐트 제작, 유통 현장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알리는 예고편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작품이 세계로 나가는 창구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지상파·케이블 채널이 제공할 수 없는 특장점이다.
실제로 히트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 넷플릭스로 쏠리는 현상은 몇 년째 계속돼 왔다. OTT와 기타 채널의 창작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OTT에선 성인영화 배우가 출연해도, 학생이 칼로 동급생의 목을 찌르는 장면이 나와도 제재 대상이 아니다. 현행 방송법은 변화를 반영하기엔 역부족이다.
넷플릭스 투자 계획을 놓고 ‘원래 예정된 금액인가 아닌가’로 요약되는 말싸움이 뜨겁다. 한데 진짜 중요한 것은 업계 전반에 골고루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챙겨보는 일이다. 10년 뒤, 또 넷플릭스만 웃고 있을 수도 있다.
전영선 K엔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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