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함대 유류탱크 10개 파괴 …‘봄 대공세’ 신호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통치 중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유류 저장고가 우크라이나군의 습격으로 폭발하면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통치 중인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러시아군의 유류 저장고가 불 타는 등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서방 언론은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가 예고했던 올봄 대공세에 대한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크림반도 남서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의 유류 저장고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습격을 받은 뒤 폭발하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세바스토폴에는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이번 공격의 수행 여부를 밝히진 않으면서도 “러시아 흑해함대가 사용할 계획이었던 약 4만t 용량의 유류 저장탱크 10개 이상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대변인은 “(드론 공격은) 전날 우크라이나인이 대거 사망한 것에 대한 ‘신의 형벌’이 이뤄진 것”이라면서 “이 형벌은 오래 지속할 것이고 가까운 장래에 또 벌어질 테니 크림반도의 모든 주민은 군사시설 근처에 머물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격은 전날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드니프로·크레멘추크 등 우크라이나 전역을 미사일로 공격해 사망자가 최소 25명이 발생한 직후 벌어졌다.

반면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소셜미디어(SNS)에 “적(우크라이나)은 오늘 아침 기습 공격으로 세바스토폴을 점령하려 했으나, 화재는 진압됐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며 “단 한 대의 드론만이 유류 탱크를 공격했다”고 썼다.

CNN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장갑차 1550대, 전차 230대 등 서방이 약속한 무기 98%를 인도받는 등 반격 준비를 거의 마쳤다. 러시아가 일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에서 대공세를 시작할 전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반격에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믿고 있다”며 “우리는 곧 영토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지난 6개월 동안 대공세를 막기 위해 정교한 요새를 구축한 만큼 우크라이나군이 고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은 위성사진을 토대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와 크림반도 등에 지뢰밭·참호·장애물 등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남부 반격에서 요충지로 꼽히는 자포리자주의 폴로히 인근에는 30㎞에 달하는 대규모 참호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심각한 탄약 부족도 반격 성공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영국의 러시아 안보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는 선데이타임스에 “우크라이나가 포탄·총알·미사일 등 탄약을 엄청난 속도로 쓰고 있다”며 “서방이 아무리 많은 무기를 보내도 탄약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이 탄약 생산량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최소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탄약 등의 대량 공급이 가능한 한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28일 SNS에 러시아군 공습으로 파괴된 주거시설 사진을 올리면서 “이것이 바로 한국의 지도자가 언급했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의 분명한 예가 아닌가”라고 썼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