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동결 요청’에도…4년제대 17곳 결국 등록금 올렸다
정부의 동결 기조가 무색하게 4년제 대학 중 17곳이 올해 등록금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위기에 몰린 대학들이 정부가 예고한 불이익을 알면서도 등록금을 인상했다. 30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2023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과 교육대학 193개교 중 176개교(91.2%)가 올해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인하한 대학은 4개교지만, 인상한 대학은 17개교(8.8%)로 집계됐다. 인상한 대학은 지난해 194개교 중 6개교(3.1%)에서 크게 늘었다.
동아대·세한대·서울기독대 등 사립대 9개교가 등록금을 인상했고, 특히 전국 10개 교대 중 서울교대·공주교대를 뺀 8개교가 일제히 올렸다. 이처럼 교대가 대거 올린 근본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감축 정책이다. 이는 교원 양성기관인 교대 정원 축소와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등록금 외 수입이 없는 교대는 타격이 크다. 정부가 주는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계산도 영향을 미쳤다. 한 교대 교수는 “다른 대학은 정부 사업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까 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교대는 국립대이고 설립 특수성도 있어 그런 부담이 적다”고 했다.
등록금 인상의 주원인은 고물가로 인한 재정 위기다. 정부는 2009년부터 대학 근로장학사업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넣어 등록금 인상을 억제했다. 2012년부터는 동결 또는 인하한 대학만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해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강제했다. 하지만 신입생 수는 줄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및 인건비가 오르면서 대학들은 국가장학금을 포기하더라도 등록금을 올려야 할 처지에 몰렸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등록금을 최근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다. 고물가로 올해 인상률 상한선은 4.05%로 치솟았다.
올해 등록금을 학부 3.95%, 대학원 3.86% 인상한 동아대 이해우 총장은 지난 1월 대교협 정기총회 당시 “등록금 동결이 14년간 누적돼 학교 재정이 거의 바닥났다”고 말했다. 그는 “등록금을 올리면 50억원 정도 여유자금이 생기고, 그로 인해 받지 못하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액은 20억원 정도”라며 “(등록금 인상분으로) 장학금 재원을 마련해 학생들이 손해보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대학의 릴레이 등록금 인상에도 정부 대응은 아직 유감 표명에 그치는 정도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감사드리며,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 대학에 대한 추가 제재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4년제 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9만5200원으로, 지난해보다 3만1800원 증가했다. 올해부터 입학금이 전면 폐지되고 대신 입학금 실비용분이 등록금에 반영된 게 증가 원인이다. 4년제 사립대(757만3700원)가 국공립대(420만5600원)보다 336만8100원 비쌌다. 수도권 대학은 766만7800원, 비수도권 대학은 624만700원으로 집계됐다. 전문대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12만6300원으로, 지난해보다 12만4500원 증가했다.
이후연·이가람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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