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네 번 열릴 NCG, 미국에 끌려가지 않게 철저히 준비를”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특정 국가와 문서로 정리된 첫 번째 사례입니다.”
5박7일간의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30일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그에 앞서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 후 청중과의 대담(지난달 28일, 현지시간)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다자간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 문건으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은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담았는데, 한·미 간 핵 관련 논의에 특화한 첫 고위급 상설 협의체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신설이 골자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워싱턴 선언 도출과 NCG 창설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현시점에서 미국이 내줄 수 있는 사실상 최대치를 받아온 건 맞다. 본 게임은 이제부터”라고 평가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NCG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라는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개념이 유사시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는지 한국 조야의 이해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관건은 NCG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 마련이다.
현재 NCG는 1년에 4차례 회의를 연다는 윤곽 외에 한국이 어떻게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지 자세한 설명은 나온 게 없다.
위성락 전 주러대사는 “심도 있는 연구, 인력 양성 등으로 전문성을 갖추고 협의에 임하지 않으면 미국의 의사대로 끌려가기 쉽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핵 관련 권한을 잘 내어주지 않으려는 미국의 관성에도 전략자산 전개, 연합훈련에서 한국의 참여도를 높이도록 했다는 점에서 본게임은 오히려 이제부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미가 워싱턴 선언을 놓고 “사실상 핵 공유”(한국), “핵 공유는 아냐”(미국)라며 온도 차를 보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확장억제는 결국 심리적 메시지다. 추후 조율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오히려 확장억제 자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발 빠르고 세심한 후속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 한국 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사안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확장억제 강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다 보니 경제안보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동력이 떨어졌다. 차후 IRA, 반도체법, 원전 협력, 한·미·일 경제안보 협력 강화 등에서 미진한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전부터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를 두고 각을 세웠던 대중국·러시아 관계는 쉽지 않은 숙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워싱턴 선언에 반발해 “못난 인간” “미래 없는 늙은이”라며 한·미 정상을 싸잡아 막말 비난했다. 위 전 대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중, 미·러 사이 뚜렷한 좌표를 잡고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향후 중·러의 반작용이 상당한 도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일훈·박현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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