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7~8일 방한, 셔틀외교 복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오는 7~8일 한국을 방문한다.
한·일 관계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은 30일 “기시다 총리가 7~8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며 “현재 양국은 구체적인 방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지난달 29일 기시다 총리가 7~8일 한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양국 정부가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9일 “이번에는 내가 (한국을) 가야 한다”며 한·일 관계 정상화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2018년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후 일본 총리로선 5년3개월 만이다. 2021년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의 첫 한국 방문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을 발표한 후 윤 대통령이 전격 방일해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키로 합의한 이후 두 달 만에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한·일 셔틀외교는 2011년 10월 당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방한 이후 약 12년 동안 중단됐다.
“기시다, G7회의 전으로 방한 당긴 건 바이든 정부의 요청”
당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인 6월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방한 일정이 G7 회의 이전으로 급변경된 것과 관련,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강화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3국 공조 강화 요청이 중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대승적 조치를 환영했고, 지역 및 경제 안보에 관한 3국 협력으로 이어지는 한·일 간 협력 확대를 강력하게 지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으로 한·일 관계를 완전 정상화한 후 이를 바탕으로 G7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미사일 이슈를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초청으로 이번 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현재 3국은 G7 정상회의 폐막일인 오는 21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이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당시 윤 대통령이 내린 정치적 결단에 대한 호응 조치의 성격도 갖는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주제가 확장억제인 만큼 북핵 대응의 한 축을 맡는 일본 역시 속도감 있는 한·일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선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돼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6일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호응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밝혔다.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가 담겨 있지만, 기시다 총리가 이런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 일본 측의 호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내에선 일본 측의 명확한 사죄가 없다는 비판이 있어 이번 회담에서 총리가 어떻게 말할지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셔틀외교를 이어나가자는 데 양국 정상의 의견이 일치했고 이는 새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만드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따른 일본 측의 추가 조치에 대해선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도 계속 이어질 것이며 물잔이 계속 채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우·박현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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