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 1700억…대관식 '찰스3세' 눈총

엘리자베스 2세의 2배…'찰스 3세의 개인 재산 3조' 여론 싸늘
타임지 "고물가에 파업 잇따르는 英 암울한 경제 상황과 대조"

다음 달 6일(현지시간) 열리는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 비용이 최소 1억 파운드(약 1685억원)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특히 영국 국민들은 혈세가 대거 투입되는 대관식을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대관식과 윈저성 콘서트 등 축하 행사들이 "왕에게 어울리는 파티가 될 것이고 그에 걸맞은 가격표가 붙을 것"이라며 "영국 납세자들이 적어도 1억파운드의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들도 찰스 3세의 대관식에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비용의 약 2배인 1억 파운드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6일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열리는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미지출처=로이터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70년 전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비용은 157만 파운드로 추산된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5600만 파운드(약 944억원)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비해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지만, 과거보다 보안 비용이 더 늘어난 것이 대관식 비용을 끌어올린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더군다나 국왕의 대관식 비용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치러지기에 1억 파운드에 달하는 큰돈을 국민이 지불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는 "1억 파운드도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며 "(이는) 납세자가 지출하기에는 과도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억 파운드를) 한 사람을 위한 퍼레이드에 쓰는 것보다 공공 서비스, 노숙자, 빈곤 문제 등에 쓴다면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은 찰스 3세의 화려한 대관식이 "수십년간 계속된 고물가로 파업이 잇따르고 있는 영국의 암울한 경제 상황과 극명한 대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최근 몇 달 동안 의사, 교사 등 수십만명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왔다. 또 타임은 "런던 히스로 공항 직원 등도 파업 대열에 합류, 대관식 축하 행사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국 여론도 싸늘하다. 여론조사회사 유고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대관식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겨우 32%였다. 또 대관식 비용을 왜 왕실이 직접 부담하지 않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가디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찰스 3세의 개인 재산은 18억 파운드(약 3조332억원)로 추정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