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문화] ‘15년 차’ 서른 살 아이유… 치열한 편안함

임세정 2023. 4.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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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이자 배우 아이유
올해 데뷔 15년 차를 맞는 아이유. 아이유는 “조금은 덜 계획하고 덜 치열하게 살면서 정말 편안해서 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EDAM 엔터테인먼트 제공


“조금은 덜 계획하고 덜 치열하게 살면서 정말 편안해서 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럴 때 나오는 내 모습과 결과물이 어떨지 궁금하다. 아무리 ‘행복하다’고 말해도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음악이나 연기, 어느 틈으로든 그게 새어나가 대중에게 보이는 것 같다.”

데뷔 15년차 가수이자 배우 아이유는 올해 서른을 맞이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아이유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연기한 인물 지안(至安)의 이름 뜻처럼 편안함에 이르고 싶다고 했다.

아이유는 영화 ‘드림’으로 요즘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을 만든 이병헌 감독 작품이다. 아이유가 연기한 소민은 밥줄을 유지하기 위해 홈리스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열정리스’ PD다. 박서준 김종수 고창석 등의 배우들이 참여했다.

아이유는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의 드라마에서 어두운 역할을 연달아 맡았던 시기에 시나리오를 받았다”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좋았고, 밝고 사연 없는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때라 소민 배역이 마음에 들었다”고 돌이켰다.

감칠맛 나는 ‘말맛’으로 특유의 코미디를 선보여 온 이병헌 감독과의 작업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이유는 “감독님의 현장은 호흡이 정말 빠르다. 감독님이 시연해주시면 그걸 최대한 구현해내기 위해 애썼다”며 “초반에 촬영장에선 긴장의 연속, 집에 가면 자책의 연속이었다. ‘같이 디렉션을 받았는데 왜 난 서준씨처럼 빨리 오케이를 못 받을까, 왜 나는 다른 선배들보다 빨리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할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운 것은 ‘버리는 법’이다. 그는 “나 자신이 못 미더울 때는 연습에 기댄다. 대사를 달달 외우고, 상대방의 대사를 녹음해 빈 공간에 내 대사를 쳤다”면서 “막상 현장에 가면 감독님이 변칙적인 디렉션을 주셔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결과물을 보면 그 판단이 맞았다. 코미디는 상대방과의 호흡이 중요하기에 철저히 준비하되 현장에서 버려야 할 땐 미련없이 버려야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EDAM 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는 지난해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에 참여해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브로커’와 ‘드림’은 영화의 분위기도, 감독들의 스타일도 전혀 다르다.

아이유는 “극과 극의 현장을 체험했다. 이병헌 감독의 현장은 영화 그 자체다. 시끌벅적하고 분주하다”며 “고레에다 감독의 현장엔 시끄러운 사람이 하나도 없고, 감독이 배우의 연기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병헌 감독은 연기를 하나하나 잡아주며 본인의 생각을 공유한다”고 비교했다.

이병헌 감독을 비롯해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의 임상춘 작가, ‘나의 아저씨’의 박해영 작가 등은 작사를 하는 아이유에게 큰 자극이 됐다. 그는 “이병헌 감독이 ‘멜로가 체질’ 대본집을 선물로 줬는데 말의 힘으로 끌어가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상춘 작가의 글을 보면 ‘전생에 얼마나 덕을 쌓아야 이런 재능을 가질 수 있는 건가’ 하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의 대본은 설득력이 대단했다. 그는 “불필요한 부분 하나도 없이 핵심만으로 16부작의 호흡을 이어갔다”며 “작가와 감독에 대한 신뢰가 컸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앞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어떤 것인지 물었다. 아이유는 기다렸다는 듯 “안 착한 사람이 하는 안 깊은 사랑 얘기”라고 답했다. 그는 “작품에서 사랑을 그릴 때 대부분 깊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악한 인물도 사랑하면 착해진다”며 “조금만 사랑하고 결국 착해지지 않아서 서로를 배신하지만 상처받지도 않는 가벼운 이야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대 연기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아이유는 “언젠가 연극이나 뮤지컬을 꼭 하고 싶다. 연기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꿈꾸는 무대인 것 같다”며 “연기학원에 다닐 때 과제로 독백 연기를 하기도 했고, 연극도 자주 보러 다닌다. 매체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했다.

아이유의 연기와 음악은 상호작용한다. 연기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노래가사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는 “특정 작품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쓰진 않지만 촬영 기간에 쓰는 가사에는 영화 속 감정이 반영된다”며 “지난 3~4년 간 쓴 것 중 생기있고 긍정적인 분위기의 가사가 있다면 ‘드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독자 수 850만명인 유튜브 채널 ‘이지금’을 운영하는 파워 유튜버이기도 하다. ‘팔레트’에 가수나 배우 등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무대를 선보인다. 최근에는 ‘드림’을 함께 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아이유는 “‘팔레트’는 재밌고 인간적으로 환기가 돼 시간이 있으면 더 자주 하고 싶다. 처음 뵙는 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함께 노래를 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다”며 “다른 사람의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데, 노래를 매개로 관계가 깊어지는 게 좋다”고 했다.

아이유는 영화나 드라마를 같이 한 사람들에게 명절마다 선물을 보내고 콘서트 티켓을 선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엄마가 평생 그걸 실천하시는 분인데 어릴 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들면서 그게 멋지고 좋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는 습관적으로 하는데 상대방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도 되니까 하고 사는 게 좋은 거 같다”며 웃었다.

가수와 연기자로 동시에 활동하면서 지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에너지를 빨리 회복하는 비결을 아이유는 “감정에 오래 얽매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한 감정에 오래 매여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만족감이 높고 기분이 좋다고 해도 그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게 좋다”며 “즐거울 때보다 아무렇지 않을 때가 오히려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의 일은 매우 자극적이다. 높은 만족감도 자주 느끼지만 아주 우울할 때도 있기 때문”이라며 “어릴 때부터 이 일을 해와서 그런지 모든 걸 빨리 털어버리는 게 습관이 됐다. 작은 슬럼프나 번아웃이 간간이 오지만 길게 가지 않는 편”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많은 후배 가수들은 아이유를 롤모델로 꼽는다. 그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나도 롤모델이 있는데 내가 그걸 얘기함으로써 그분들이 부담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다”며 “그 얘기를 듣기 전이나 후나 달라지는 건 없다”고 했다.

아티스트 아이유의 최종 목표는 뭘까. 그는 “지난해 칸에서 송강호 선배가 ‘브로커’로 상 받으실 때 ‘멋지다, 저런 순간이 죽기 전에 한 번 온다면 영광스럽겠다’ 생각하긴 했지만 최정상을 목표로 정하진 않았다”며 “가수로 유명해졌기에 연기자로서도 좋은 기회를 얻은 게 사실이다. 사람이라면 그저 더 잘 하고 열심히 해야되는 게 맞다”는 겸손한 답을 내놨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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