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나의 신앙]원우현(28)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생생히 알게 됐다.
철우한빛교회에 드리운 신비한 영성
철우한빛교회(경기 용인 처인구 소재) 이야기는 이미 4반세기 전의 추억이 됐다. 하지만 ‘나의 삶, 나의 신앙’ 칼럼을 연재하면서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철우한빛교회에 내려주신 주님의 은혜를 잠시 회고하고자 한다.
당시 2000년을 맞이하면서 국내외 분위기가 큰 변혁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떠들썩한 예언을 하면서 들뜬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감돌았던 때다.
그즈음 나는 1998년 11월 장로 장립을 받고 신앙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심사숙고하면서 미국으로 떠났다.
어딘가 떠나고 싶었다.
마침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Wind of Chapel)가 큰 처남 이근섭 목사가 시무하는 미국 아르케이넘(Arcanum) 감리교회 근처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내 이방숙 권사의 오빠인 이 교수가 오하이오 대학 태양열 건축분야의 종신교수로 편안한 학자의 길을 보장 받았지만 포기하고 신학을 다시 공부해 미국 감리교 소속 목사 안수까지 받은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이 교수는 외국인으로서 아르케이넘 감리교회에 최초 아시아계 박사 교수 전력의 목사로 청빙을 받았다.
동양인으로서 어떻게 시무하고 계신지 궁금했다.
이 교수 고종사촌 김은국이 집필해 노벨상 후보작이 된 ‘순교자’의 실제 주인공인 이학봉 목사님의 장손이란 혈통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만나 묻고 싶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대형화된 온누리교회에서 장로로 시무하면서 나는 2000년에 주님이 오신다면 크기는 문제가 되지는 않겠다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가장 작은 교회를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축소지향형 교회 모델의 외형을 그저 상징적으로 답사하고 싶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아르케이넘 감리교회에 도착한 그날 저녁. 교회에서는 탄일종 성가를 부르면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었다.
시골 교회에서 영어 설교를 하는 이 목사님이 전혀 낯설지 않고 자랑스러웠다.
예배후 ‘Hide and Seek’ 놀이를 같이 하면서 밤늦게까지 2층, 아래층을 뛰어 다니면서 숨고 들키곤 했다.
철없는 아이처럼 이국의 첫날이 마냥 즐거웠다.
삼청교회 유년 주일학교 시절 숨바꼭질이 어렴풋이 떠오르면서 동심을 되찾은 기쁨이 컸다.
다음 날 바람이 사방으로 통하는 아르케이넘의 작은 교회 ‘Wind of Chapel’을 찾아 방명록에 서명하고 기도하며 긴 묵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귀국해 한국에서 가장 작은 교회를 세우고 싶은 꿈이 생겼다.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세상 공간이 작을수록, 수직적으로는 오히려 하늘 높이 주님의 보좌에 닿을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했다.
“갓난아이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 이는 이로 말미암아 너희로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게 하려함이니라”는 베드로전서 2장 2절 말씀처럼, 교회의 제도나 조직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벗어나 갓난아이들처럼 말씀을 사모하고 신령한 복음을 나누고 싶었다.
2009년 11월 28일, 주변 농가를 방문하면서 집집마다 인사를 나눈후 원순석 목사님을 청빙해 철우한빛교회를 시작했다.
아늑한 전원주택처럼 보이고 지붕에 십자가가 있는 교회 처소를 마련했다.
농촌 마을에서 전도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교회를 철우 열림 마당으로 개방하고 정규예배를 주일 오전 11시, 오후 3시에 드리고 화요 성경 아카데미는 오후 4시에 열었다.
명지대 용인 캠퍼스 채플 시간 끝에 교목님께 특별히 부탁해 원순석 목사님과 함께 철우한빛교회의 신설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대학생 전도에 힘썼다.
주말 농장 실용음악교육 학생 공부방도 열었다.
철우 한빛아카데미를 병행했다.
100일 영어 산책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주님과 함께 걷자' 캠페인을 시도했다.
한 사람을 찾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우리 부부가 매주 수원 영통에 들러 차편을 제공했다.
어떤 때는 성도의 집 앞까지 가서 모셔오고 모셔다 드리며 큰 절을 하기도 했다.
한 영혼의 소중함을 깨달으면 훈련 받던 연단의 기간을 지금도 소중이 기억하고 있다.
2011년 4월 3일,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 재미 이근섭 목사 초청 특별집회에서 본당을 메운 교인들이 방언과 성령의 임재를 경험했던 때를 기억하면 즐겁고 행복하다.
그때 예배 실황을 담은 기념 사진을 찾아보았다.
오하이오 캠퍼스 전도 사역'을 주도하던 이근섭 교수 목사와 부인 이미란 목사 모습.
몽골에 SoonChurl Gift of Love fund의 주인공을 위해 방언하고 통성 기도하던 서울중고등학교(58년 졸업)동기 동창 이근섭 목사와 원방현 장로의 모습, 그리고 통기타와 실용음악으로 청소년 대상 찬양 인도를 하던 원순석 목사의 모습이 선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의 지혜와 의지를 가지고 교회를 구상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탐구해도 주님이 함께하지 않으신다면 한 발자국도 뗄 수 없다는 교회의 신비로운 본질을 새삼 깨달은 소중한 경험을 했다.
철우는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에덴동산 같은 우주를 뜻한다.
예수 십자가의 보혈로만 백성이 누릴 수 있는 하늘의 사랑이 충만한 교회를 의미한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필자나 준비위원들은 주님의 음성을 듣고 주님이 보내주시는 동역자를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의 의지를 따랐다.
한 영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생히 알게 됐다.
이후 작은 교회는 생태적 한계로 병아리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수가 없고 엄마닭이 함께 알을 부리로 쪼아주어야 하듯 정착된 교회가 협력하여 선을 이뤄야한다고 강조했다.
헌금의 십일조나 재정지원과는 다른 문제다.
대형 교회마다 참석교인 자리가 모자라 지하에서 화면 예배를 드리는 경우도 있다.
교인이 넘치는 대형 교회의 교인은 소강(小强) 개척 교회를 찾아 그 어디든지 두어 달에 한 번은 참석하는 ‘출석의 십일조’를 드리는 캠페인을 벌이자는 제안이 민망하지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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