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휘젓는 서른여섯 오세근 "절친 연경이가 회춘했냐며 응원"
올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지배하는 인물은 안양 KGC인삼공사의 36세 베테랑 센터 오세근이다.
7전4승제 챔프전에서 KGC는 서울 SK에 1차전을 내준 뒤 2연승을 달려 2승1패로 앞서있다. 오세근은 지난 2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3차전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7분5초를 뛰며 양 팀 최다인 23점을 몰아쳤다. 1차전(21점), 2차전(21점)에 이어 3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넣었다. 경기 당 11.3개의 리바운드를 잡았고, 야투 성공률은 65.2%에 달한다.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총감독은 “KGC의 모션 오펜스(5명이 함께 선보이는 유기적 움직임과 패싱) 중심에는 코트 위의 9명을 꿰뚫고 있는 오세근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동문인 SK 가드 김선형(35)은 “세근이 형은 어떻게 거의 점프도 안 뛰고 그렇게 잘하나. 이러다 50세까지 뛸 것 같다”고 감탄했다.
30일 김선형의 멘트를 전하자 오세근은 “그래도 점프는 많이 뛰는데”라며 활짝 웃은 뒤 “발목과 무릎에 큰 수술을 받은 뒤 운동량이 준 건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남들이 갖지 못 한 경험치와 노련미가 올라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격 상황에서 오세근은 빈 공간을 적절히 찾아 들어가 중거리 슛 또는 골 밑 득점을 올린다. 팀 동료 오마리 스펠맨이 자밀 워니(SK)를 막을 땐 깊게 도움 수비를 들어가 ‘손질(손으로 방어)’을 한다. 오세근을 중심으로 한 압박 수비에 갇힌 SK는 특유의 리바운드 후 속공 트랜지션(공격 전환)이 확 줄었다. 1차전에서 45점을 합작했던 김선형과 워니는 2, 3차전에는 각각 10점 이하에 그쳤다.
‘사자왕’이라 불리는 오세근의 또 다른 별명은 ‘건세근’이다. ‘건강한 오세근은 누구도 못 막는다’는 찬사를 담은 별칭이지만, 그 속에는 프로 11시즌 동안 정규리그 풀타임을 소화한 게 단 한 시즌 뿐일 정도로 부상이 잦았던 것에 대한 아쉬움도 녹아 있다. 오세근은 “(잇단 부상으로 인해) 무릎에 연골이 거의 없다. 수술 후유증으로 비가 오면 몸이 쑤실 때도 있다”면서 “부상 이후 ‘오세근은 끝났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더 독하게 연습했다. 올 시즌에도 팀 훈련에 앞서 가장 먼저 코트에 나온 날이 많았다”고 했다. 지훈과 시은(7), 승훈(6)까지 삼남매를 둔 오세근은 “육아를 경험하며 책임감이 더 커졌다. 아이들 없이 나 혼자였다면 지금처럼 열심히 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세근은 미국프로농구(NBA) 디르크 노비츠키(45·독일)를 따라 등번호 41번을 선택했다. 노비츠키는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40세까지 21즌간 NBA 무대를 누빈 뒤 은퇴했다. 등번호처럼 41세까지 뛰는 게 목표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SK에 패해 우승 문턱에서 멈춰 선 그는 “오세근이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챔프전 우승반지가 3개인데 다섯 손가락에 하나씩 끼우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배구선수 김연경(흥국생명)과 절친인 오세근은 “둘 다 노장이다 보니 서로에게 ‘회춘했네’라고 말해준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월드클래스이자 MVP를 받은 연경이가 ‘내가 못 이룬 통합우승 너는 꼭 해내라’며 응원해줬다”고 소개하며 올 시즌 우승 열망을 에둘러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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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근은…
나이: 36세(1987년생)
체격: 키 2m 몸무게 102㎏
포지션: 센터
소속팀: 중앙대-안양 KGC(2011~, 11시즌째)
올 시즌 챔프전 기록: 3경기 평균 21.6점, 리바운드 11.3개
주요 이력: 챔프전 우승 3회(2012, 17, 21), MVP 2회(2012, 17)
별명: 사자왕, 건세근(건강한 오세근)
」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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