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왕실 무시한다" 찰스 대관식 앞둔 英 발끈한 이유
다음 달 6일 열리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찰스 3세와 전화 통화에서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대신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관식 불참 이유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관식 이후 영국을 찾아 찰스 3세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영국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 왕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와 관련, 밥 실리 영국 하원의원(보수당)은 “일생에 한 번 있는 행사를 불참하는 건 대단히 소홀한 처사”라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의 민족적 뿌리가 대관식 불참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풀이도 나왔다. 언론인 러셀 마이어스는 스카이뉴스에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의 뿌리를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며 "그래서 대관식에 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머니가 아일랜드계이고, 부계도 아일랜드 혈통이 섞여 있다. 아일랜드는 영국에 800년 동안 식민 지배를 당하며 악감정의 골이 깊다. 이런 역사적인 관계를 내세워 바이든 대통령이 반영(反英) 감정을 내세우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난 수 세기간 영국 대관식에 참석한 미국 대통령이 한 명도 없었던 만큼, 바이든 대통령도 단순히 관례를 이은 것이라 분석했다.
로라 비어스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교수는 “1837년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할 당시 영국 군주제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호감을 얻었다"며 "그런데도 당시 마틴 밴 뷰런 미 대통령은 대관식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교통 사정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미국 대통령의 대관식 불참이 관행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은 1939년 대서양 횡단 하늘길이 뚫리기 전까진 유럽 방문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항공 교통 사정이 나아진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도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선 6·25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백악관을 비울 수 없었던 이유가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번 대관식에 중국이 한정(韓正) 부주석을 보낼 것이란 소식에 영국 정치권에선 "무례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부주석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에 영국과 맺은 ‘자치권 보호’ 약속을 무시한 채, 지난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무력 진압과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을 주도한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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