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나도 피해자"에…법조계 "혐의 못피한다" 꺼낸 판례

김남준 2023. 4. 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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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검찰이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發) 대규모 주가 하락 사태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주가 조작은 물론 공매도 세력의 가담 여부, 일부 대주주의 사전 인지 가능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다만 이번 사태의 ‘진짜 배후’를 놓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공매도·대주주 사전 매도도 수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30일 금융당국은 SG증권 사태와 관련해 불거진 의혹 모두를 수사 선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가격 미리 정해 사고파는 주가 조작이 있었는지, 공매도 세력이 가담했는지, 일부 대주주가 사전에 인지하고 주식을 정리했는지 등을 모두 살펴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떤 것을 수사하고 어떤 것을 뺀다고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없다”면서 “언론 등에 나온 모든 의혹을 다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시작했다. 이 여파로 서울가스·대성홀딩스·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선광·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 8개 종목의 주식이 급락했다. 일부 종목은 4거래일 연속 하한가까지 기록했다.

특히 급락 사태를 맞은 종목들의 주가가 2020년부터 일부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끌어올려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들 세력은 비인가 투자자문사를 통해 정관계 인사·연예인 등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받은 뒤, 시간과 금액을 정해 놓고 거래하는 이른바 ‘통정매매’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급락 전 주식 판 대주주…“미공개 정보가 핵심”


문제는 최근 주가 급락 사태가 누구로부터 시작했는지다. 일단 범인으로 지목받은 것은 주가 조작 의심 세력이다. 이들이 과도하게 주가를 띄우면서 금융당국과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이를 눈치챈 일부 세력이 주식을 내다 팔면서 대규모 주가 하락 사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다만 주가 조작 의심 세력은 오히려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가 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는 “일련의 하락으로 수익이 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범인이다”며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폭락 직전 600억원 정도 물량을 팔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 회장은 지난 20일 본인 소유의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시간 외 매매에서 블록딜 방식으로 팔아 총 605억4300만원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지난 17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서울가스 주식 10만 주(456억9500만원)를 매도했다. 모두 SG증권발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가 있기 직전이었다. 특히 이들은 과거에 주식을 매각한 사례가 거의 없어 의혹이 더 부풀어졌다. 다만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김 회장이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았다는 것은) 0.000001%의 가능성도 없고 직을 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 등이 사전에 미리 정보를 알고 매도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다만 단순히 주가 하락을 예측해 주식을 팔았다고 해서 범죄 혐의를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 임원으로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미리 팔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주가 하락을 피해 주식을 팔았다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정매매 주가 조작 의도성 규명 중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서울 남부지검 소속 직원 34명은 주가조작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세력의 사무실·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 투자컨설팅 업체가 이용하던 서울 강남구 건물. 김남준 기자
주가 조작 의심 세력의 통정매매 여부도 이번 수사 핵심이다. 주가가 폭락한 8개 종목은 대주주 지분이 커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많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거래가 많아, 미리 작전을 짠 세력끼리 자전 거래를 통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거나 떨어뜨리기 좋은 환경에 있다. 특히 일부 종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공매도까지 금지돼 있어, 세력에 의한 주가 조종이 용이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자본시장법에서도 통정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실제 범죄 혐의를 적용하려면 통정매매가 주가를 의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는지를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정매매를 의도 없이 했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사전에 공모 등으로 매매를 계획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

피해자와 공모자의 구분도 이번 수사의 핵심 지점이다. 앞서 가수 임창정씨는 이번 투자에 가담했지만, 오히려 주가 폭락으로 큰 손해를 봤다면서 본인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도 주가조작 세력에 연루돼 피해를 보고 다른 투자자도 끌어들인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돈을 잃었다고 피해자라고 보긴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민형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자신의 투자금이 주가 조작 등에 쓰일 수 있었다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투자금을 맡겼다,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것만으로 혐의를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늑장 개입…CFD 관리 소홀 비판도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의 늑장 개입에 대한 비판도 불거졌다. 금융당국이 주가 조작을 사전에 알았다면 주가 폭락 사태가 있기 전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약 2~3주 전쯤 관련 제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가 하락을 더 크게 부추긴 차액결제거래(CFD) 위험 관리도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CFD는 전문투자자 자격을 가져야만, 거래할 수 있는데 금융위가 2019년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CFD 거래 투자자가 많이 늘어났고,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가 하락 폭을 더 키웠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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