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뒤흔든 ‘돈봉투’ 파문…어디까지 [신율의 정치 읽기]
요사이 민주당 고민은 깊어만 간다. 지난 4월 22일 민주당의 송영길 전 대표가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 24일 조기 귀국했음에도, ‘돈봉투’ 의혹 사건의 파장은 잦아들 줄 모르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는 당연히 ‘돈봉투 의혹’ 때문이다. 서울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8%포인트 하락했고,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10%포인트 급락했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발언에 신경 써야 한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에서 나오는 발언들을 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돈봉투 의혹 관련 금액의 과소를 언급하는가 하면, 송영길 전 대표 기자회견 이후 민주당 내에서 “역시 큰 그릇 송영길” 혹은 “가슴이 먹먹하다. 송영길은 비록 민주당을 떠나지만, 제게는 영원한 민주당 대표이자 진짜 정치인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발언이 여론에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를 생각하면, 이는 민주당을 위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송 전 대표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현재 송 전 대표는 부인하고 있지만, 어쨌든 송 전 대표는 해당 의혹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 송 전 대표 개인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지 않고, 해당 의혹에 송 전 대표가 관련돼 있는가가 중요하다. 때문에 이런 발언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민주당 지지를 거두지 않을 것이지만,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도층이나 단순 지지층에는 이런 발언이 합리적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송 전 대표가 귀국하자마자 자신들의 문제와 국민의힘 전(前)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를 엮으려 하는 모습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전형적인 물 타기다. 현재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다. 여론을 자기들 의도대로 이끌려고 하는 ‘의도적 여론 전환’을 위한 시도가 아니다.
현재 민주당은 “송 전 대표 귀국을 계기로 사건의 실체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규명되길 바란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얼핏 들으면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해당 언급 속에는 돈봉투 의혹을 송 전 대표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가 포함된 듯 보인다.
반면 송 전 대표는 다른 입장인 것 같다. 송 전 대표는 파리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저의 탈당을 계기로 모든 사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자신 있게 대응해 국민의 희망으로 더욱 발전해나가길 기원하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현재 민주당의 해당 의혹에 대한 접근 방식, 즉, 의혹을 송 전 대표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것 같다.
결국, 송 전 대표와 민주당은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더욱 꼬일 가능성이 크다. 송 전 대표는 해당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이정근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 일탈이라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송 전 대표 문제라고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견 ‘폭탄 돌리기’ 양상으로 보이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폭탄을 돌리다’ 심각한 엇박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해당 의혹은 당 전체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려면, 수사선상에 오른 의원과 민주당 인사에게 탈당을 권유해야 논리적으로 맞다. 불(火)이 민주당 쪽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또한 탈당 요구와 함께 공천 개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 여론이 더욱 우호적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을 쓰기가 쉽지는 않다. 연루 의혹을 받는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할 경우,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 전선’에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정이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또다시 넘어올 경우 또 한 번의 철저한 방탄이 필요하다. 그런데 돈봉투 의혹 관련자들에게 탈당을 섣부르게 요구했다가 이들이 이 대표에 대한 방탄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당내에 놔둘 경우, 의혹의 불씨가 민주당에 확실하게 옮겨 붙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셈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돈봉투 의혹 사건 관련 의원들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어쩔 것인가. 이에 대한 처리도 민주당으로서는 고민거리가 될 테다. 이들에 대한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민주당은 ‘부패 포용 전문 정당’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당연히 송 전 대표 개인 문제로 국한시켜 민주당으로 불똥을 튀지 않게 하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반대로 가결시키면,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목소리가 비명계로부터 나올 확률이 크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 처리 문제도 부상할 것이고, 사법 리스크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공당이냐는 목소리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때 민주당은 내홍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이중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상당한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 또한, 민주당 내 586그룹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586그룹 맏형 역할을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586 용퇴론이 다시금 꿈틀거릴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번 사건은 명목적으로는 선거 관련 금품 살포 의혹이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의 세대교체 그리고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오히려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건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지지율 추락이, 지지율 하락세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종착점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민주당이 하기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밝히며 겸허히 국민 앞에 선다면 지지율 하락세가 상승세로 전환될 수도 있다. 반대로 저마다 자기 살길만을 찾는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당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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