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시선] 강성희 국회의원 ‘유권자 10.4% 선택으로 금배지’
재선거로 1년 임기 국회 입성⋅⋅⋅‘종북 우려’ 벗고 어떤 서민정치 펼칠지 기대
쿠키뉴스 전북본부에서는 데스크칼럼 <편집자 시선>을 신설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한 달 전인 지난 4월 5일 실시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민적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지만 소위 더불어민주당 텃밭에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5% 넘는 득표를 기록해 기존의 선거구도와는 다른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가 무르익어 갈수록 강성희 진보당 후보와 민주당을 탈당해 출마한 임정엽 무소속 후보간 각축전을 펼치면서 이목을 끌었다.
선거 결과는 강성희 진보당 후보의 당선, 강 후보가 선거 중반부터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지키면서 이변을 예고했다. 진보당이 2014년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9년 만에 여의도에 재입성하게 됐다. 정치권은 강 후보의 당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종북(從北) 논란이 일었던 통합진보당이 내란선동 사건으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심판 결정에 따라 강제 해산된 이후 민중연합당, 민중당 등으로 명맥을 이어오다 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인 것이다.
진보당은 민족해방(NL) 계열의 진보정당으로 통합진보당 핵심 인물 다수가 참여하고 있다. 진보당은 해산당한 통합진보당과는 선을 긋고 있지만 연관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2016년 총선 때는 김종훈·윤종오 의원이 울산에서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민중당 소속이 되기도 했다.
강 의원은 당선 뒤 인터뷰에서 “이석기 전 의원을 탄압했던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었으므로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명예 회복과 복권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한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의원은 현재 진보당 당원은 아니다.
강성희 의원실에 경기동부연합 출신이 줄줄이 보좌관으로 채용된 것도 주목할 사안이다. 강 의원은 진보당 용인시 지역위원장과 진보당 정책기획위원을 4급 보좌관으로 등록했는데, 이들은 옛 통진당 당권파 소속으로 이석기·이정희·김재연 전 의원의 보좌관을 했던 인물들이다. 용인시 지역위원장은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김재연 전 의원의 수석보좌관과 이석기 전 의원 경기도구명위원회 공동대표도 맡았다. 또, 한 보좌관은 이정희 전 의원 수석보좌관과 이석기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강 의원은 한국외대 글로벌(용인)캠퍼스 언어인지학과 출신으로 같은 대학 82학번인 이석기 전 의원의 후배다. 지난 2003년부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어 정규직화를 이끌어낸 비정규직 지회장 출신 노동운동가로 최근에는 전국택배노조 전북지부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완주군의원 선거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대출금리 인하 3법’과 ‘깡통전세방지 3법으로 전세보증금 보호’, ‘청소년 무상버스 J-그린패스 도입’, 농협중앙회 이전과 금융공기업 유치, 전북형 공공은행 설립 등을 통한 전주의 금융허브도시 도약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서민층을 파고들었지만 진보당 총동원령이 더 큰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많다.
한 정가 인사는 “1월부터 1천명 가까운 진보당원이 전주에 상주해 쓰레기 줍기 같은 봉사 활동을 하며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등 생활정치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민노총과 농민단체도 강 의원 지지를 선언했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민주당 인사가 강 의원 선거를 도왔다는 말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강 의원은 당선 직후 선거사무소 건물에 ‘고맙습니다 민주당’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강 의원은 당선소감에서 “전주시민들께서 현명하고도 단호한 선택을 했다”며 “우리 정치의 암적인 존재와도 같은 색깔론을 전주시민들이 심판해줘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의미까지 담아줬다”고 평가했다.
강 의원이 얻은 표는 1만 7382표, 투표 유권자 4만 4729명 가운데 39.07%를 득표해 당선됐지만, 전체 선거인 16만 6922명을 감안하면 유권자 10.4%의 지지를 받아 금배지를 다는 영광을 얻은 것이다. 아무리 무관심 속에 치러진 선거라 하지만 전체 유권자의 10.4%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다시 한 번 대표성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임기도 이제 11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강 의원이 시민들에게 제시한 공약을 얼마나 실천할지, 또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할지는 두고 볼일이다. 하지만 현명한 전주시민이 ‘암적인 존재인 색깔론을 심판해 줬다’는 강 의원의 일성과 관련한 진보당의 행보는 무엇일지 궁금증이 더 커진다. 무릇 다른 지역 국민들이 묻는 ‘전주가 종북기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시민들도 ‘4‧5 선택’에 답을 해야 한다. 강 의원이 길지 않은 시간에 통진당의 그림자를 얼마나 지우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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