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北·中과 한몸이냐" 모는 여당…당내선 "자해" 우려 왜

김준영 2023. 4.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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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7일 미국 국빈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30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 일정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30일 귀국하자 국민의힘이 적극 엄호에 나섰다. 방미 성과를 추켜세우는 한편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성토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방미는) 한·미 양국 미래 세대의 무한한 기회와 영원한 번영을 위한 새로운 여정”이라며 “워싱턴 선언은 미국이 특정 국가와 자신들의 핵자산에 관한 정보와 기획, 실행을 공유하고 논의키로 구체화 한 최초의 문서다. 사실상 제2의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같은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았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비교해 보면서 프랑스와 같은 지위로 올라선 대한민국의 국격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고 썼고,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후세 역사가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 정상외교를 한·미 동맹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적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방미 행보를 문제삼는 민주당과 북한·중국을 향해선 각을 세웠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다들 좋아하는데, 북한과 중국 그리고 민주당이 화를 낸다”며 “북·중 반응이 격한 것은 워싱턴 선언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왜 그런가. 북·중과 한 몸인가”라고 썼다. 이어 “워싱턴 선언의 효과가 북한의 분노 지수와 정비례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이 순방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려고 말꼬리 잡고 온갖 저주를 배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국익을 우선으로 하는 대한민국 정당이라면 상식 밖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현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노골적으로 우리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중국의 지나친 무례함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 문제와 관련해서는 죽창가를 부르며 반일 감정을 고조시켜온 민주당이 유독 중국의 역사 왜곡과 국격 훼손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소극적인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민주당은 북한 김여정보다 더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도 북한과 민주당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찰떡 공조를 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라는 논평을 냈다.

앞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핵 확장 억제를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 발표 직후 “윤석열이 어디까지 가는가 두고 볼 것”이라고 망동했고, 중국 외교부는 윤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장진호 전투를 “기적 같은 성과”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의 위대한 승리가 중국과 세계에 중대하고 심원한 의의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는 입장을 냈다. 방미 전부터 “국민은 대통령의 외교참사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이수진 원내대변인)는 논평을 냈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 “아낌없이 퍼주는 글로벌 호갱(호구 고객) 외교”라고 혹평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항미원조 전쟁의 위대한 승리가 중국과 세계에 중대한 의의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민주당을 북한·중국과 엮어 비판하는 국민의힘은 대응은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론 “북·중과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성과를 깎아내리려고만 하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원내 지도부)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는 ‘순방 효과’에 불을 붙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출국 직전 공개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내용과 대통령실이 “사실상 핵 공유”라고 규정한 워싱턴 선언을 백악관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혼선 등으로 인해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히려 소폭 하락한 모양새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참석해 박홍근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북-반민주당’ 전략은 전통적으로 보수층 결집에 유효한 도구로 활용돼왔다. 여기에 더해 반중 전략은 보수층을 넘어 중도층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여권 일각의 시각이다.지난해 말 발표된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CEIAS) 등 국제연구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반중 정서는 81%로 조사 대상 56개국 중 1위였다. 국민의힘은“2030은 반일보다 반중 감정이 훨씬 더 강한 세대”(장예찬청년최고위원)라고 인식하며 지난 대선 때도 ‘민주당=친중 정당’을 공세 카드로 썼다.

다만 미국 방문 중이던 윤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중국과의 관계를 늘 상호 존중에 기반해서, 아주 좋은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후 당내에선 반중 공세가 부담스러워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향후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감안하면 “반중 정서를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는 건 민주당의 반일 몰이와 다를 바 없는 자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30일 발표된 국민의힘 공식 논평(강민국 수석대변인)에서도 북한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나오지만 중국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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