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호실적에 美 빅테크 랠리 이어질까... "무늬만 깜짝실적"

김연주 2023. 4. 30. 17: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메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경기침체 우려에서 '반짝' 벗어났다.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잇달아 발표하면서다. 하지만 빅테크 랠리가 지속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이번 호실적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대규모 인원 감축에 따른 '무늬만 어닝서프라이즈'란 분석 때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분기 실적 시즌의 ‘어닝 서프라이즈’의 문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구글)이 열었다. MS는 올해 1분기 매출이 520억8600만 달러(약 69조원)를 기록했다고 지난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장 조사기관 레피니티브가 조사한 월가 예상치 510억2000만 달러(약 68조5000억원)를 뛰어넘는 수치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1분기 매출액 역시 예상치 680억 9000만달러(91조3767억원)를 상회하는 697억9000만달러(약 93조 59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으로 월가의 ‘미운오리’로 전락했던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올해 1분기 매출이 많이 증가했다 26일 메타는 장 마감 후 1분기 매출이 286억달러(38조 3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276억달러)를 훨씬 웃돈 수치였다. 메타는 “1분기 매출 증가는 코로나19 봉쇄 완화로 중국 광고주들이 광고를 늘린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1분기 매출도 전망치인 1246억원을 웃돈 1274억 달러(약 170조9708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한 수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빅테크 기업의 잇따른 깜짝 실적이 쏟아지자 나스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2.43% 급등했다. 이달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이날 빅테크 기업 주가들이 고공 행진한 영향이다. 메타 주가는 27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전날보다 13.93% 급등한 238.56달러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애플(2.84%), MS(3.20%), 아마존(4.61%), 알파벳(3.75%) 등도 일제히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빅테크들이 '포스트 팬데믹 숙취' 이후 최악의 고비를 넘겼는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빅테크 기업의 호실적에 안심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1분기 성적표가 좋은 건 기업 이익이 늘어난 게 아니라 대규모 감원에 따른 ‘비용 절감’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무늬만 어닝서프라이즈’란 지적이다. 실제 메타는 지난해 11월 1만1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지난달엔 추가로 1만 명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도 1분기에 역대 최대 규모인 2만7000명이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났다.

빅테크 기업의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경기침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빅테크 기업의 핵심 사업으로 꼽는 클라우드 컴퓨팅 1분기 매출을 살펴보면 MS가 전년 동기대비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마존도 같은 기간 16% 증가했다. 두 기업 모두 역사상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실적은 ‘경기침체’ 주요 가늠자 중 하나다. 기업 운영에 핵심인 클라우드 관련 매출이 줄었다는 건 기업이 경기침체를 대비해 본격적으로 비용감축에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아마존은 실적 발표 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브라이온 올사브스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예상대로 고객사들이 1분기 중 어려워진 경제여건에 맞춰 클라우드 지출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있다”면서 “이 같은 최적화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아마존의 4월 클라우드 매출성장률만 해도 1분기 성장률에 비해 약 5%포인트 낮아졌다.

블룸버그는 “미국 소비자 지출이 거의 2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이 클라우드 사업 매출의 성장 부진에 대해 경고한 점은 광범위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한편, 5월 4일(현지시간)엔 빅테크 ‘대장’인 애플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회사 AMD, 팹리스 회사인 퀄컴의 실적발표도 예정되어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