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매체 “尹의 압도적 친미 정책, 북·중·러 보복 직면할 것”…한·중 관계 경색 불가피
한·미·일 3자 협력 강화 경계
한·미 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평가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한·중 관계에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5박 7일 방미 기간 보여준 행보에 대해 “지정학적 균형을 강조해온 한국 외교의 일대 변화”라고 평가하면서 “중국 러시아 북한의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0일 “윤 대통령의 압도적인 친미 정책은 중국 러시아 북한으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고 있다”며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도발적인 행위로 한·미는 전략적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정상이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 한반도 확장억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진찬룽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이 매체에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친미 참모들의 영향을 받아 점점 균형을 잃고 극단적이 돼가고 있다”며 “이는 국익에 반하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또 다른 매체 차이나데일리도 “한국은 오랫동안 전략적 자주성을 중시하면서 북한과 화해를 추구하고 일본과의 역사 문제에서 선을 지키고 미·중·러 사이에서 건설적 관계를 유지했다”며 “한국 외교의 일대 변화를 선언한 데 대해 한국 내에서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윤 대통령이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장진호 전투를 거론해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소개한 뒤 “중국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 미국에 안길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 해병대 1사단이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 12만명의 인해전술을 돌파하는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항미원조 전쟁의 위대한 승리’를 언급하며 “역사 발전의 흐름과 반대편에 서서 약자를 괴롭히고 침략을 확장하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은 6·25 전쟁을 미국에 대향해 북한을 도왔다는 의미의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부른다.
중국 외교부는 윤 대통령 방미를 전후해 대만 관련 언급 등을 문제 삼아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주중 한국 대사에게 항의하고 외교부 국장이 주중 한국 대사관 정무공사를 불러 재차 항의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표출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한국이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합류하는 상황을 가장 경계해 왔다”며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하는 신호탄이 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특히 다음 달 초 있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일 3각 공조 체제가 복원되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이 성사되면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의 방한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한·일 셔틀 외교가 12년 7개월 만에 재가동된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 매체가 북·중·러의 보복 운운한 건 한·미·일 결속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에도 미국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북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이 2017년 사드(THAAD) 사태 때 한국에 가했던 경제 보복 조치를 되풀이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 첫해인 올해 코로나 봉쇄로 침체된 경기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고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배제에 맞서 한국과도 협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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