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접어든 尹 가치외교…"기시다 답방이 3국 공조 초석"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미는 새 정부 출범 후 줄곧 강조해 온 가치 외교가 가치 동맹의 형태로 구체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자유·민주주의·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연대가 북핵·미사일 위협 등 구체적 현안 대응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거두면서다.
특히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을 통한 관계 정상화 프로세스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재확인 된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지는 향후 본격적인 한·미·일 3국 공조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일 셔틀외교 복원 빨라질 듯
당장 다음 달 7~8일로 조율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 역시 3국 공조 강화를 위한 사전 준비 성격이 강하다.
한·일 정상은 지난 3월 회담에서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했지만, 당초 일본 측은 기시다 총리의 방한 시점으로 오는 6월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에 호응하는 일본 측 조치와 답방은 다음 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마치고 순차적으로 해결한다는 구상이었다.
한·일 셔틀외교 복원의 시간표가 한달 이상 앞당겨진 배경엔 한·미 정상회담으로 가치 외교 진영 전체의 진용 구축이 본격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시다 조기 방한 배경된 北 도발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미·일 3국 역시 진화된 공조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만큼 ‘G7 정상회의→한·미·일 정상회의→기시다 총리 방한 및 한·일 정상회담’ 순으로 추진하려 했던 정상외교 일정에도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셔틀외교 차원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이는 2011년 10월 당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이후 약 12년 만이 된다.
외교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단순한 셔틀외교를 넘어 3월 한·일 정상회담 당시 윤 대통령이 내린 정치적 결단에 대한 호응 조치의 성격을 갖는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대주제가 확장억제인 만큼 북핵 대응의 한 축을 맡는 일본 역시 속도감 있는 한·일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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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방한 보따리'에 무엇 담기나
외교가에선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 못지 않게, 기시다 총리가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오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만약 기시다 총리가 '방한 보따리'에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준하는 호응 조치를 담는다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와 시너지를 발휘해 한·미·일 공조에도 강한 추진력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일본측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의 징용 해법 동참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 등이 생략된 단순한 답방만 이뤄질 경우 국내의 대일(對日) 여론을 개선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내 반일 감정 못지 않게 일본 내 여론도 만만한 상태는 아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30일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보수파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한국 측의 요청에 응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일 관계의 완전한 복원과 한·미·일 중심의 가치 연대가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기시다 총리 역시 윤 대통령에 이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강력한 힘의 실체 직면" 北 반발
도발 강도를 급속하게 높이고 있는 북한도 관리해야 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북한은 한·일 정상회담→한·미 정상회담→기시다 총리 방한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가치동맹 강화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미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은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지난 2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입장문)이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특히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인 '워싱턴 선언'과 양국의 확장억제 강화 의지를 대북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북한은 한·미·일 공조 강화를 핵·미사일 고도화의 명분으로 무력 도발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논평을 통해 “(한·미가) 확장억제력제공과 동맹강화의 명목 밑에 반공화국 핵전쟁 책동에 계속 집요하게 매여 달리려 하고 있다”며 “우리 국가가 현재와 미래의 우려스러운 안전 환경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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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뒷배' 중·러 관리도 과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 역할을 자처하며 북·중·러 3국의 밀착이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과제다. 특히 한·미·일 3국이 북핵 위협을 앞세워 공조를 강화하는 움직임은 의도치 않게 중·러의 입장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연대·협력이 그렇지 않은 권위주의 국가와의 갈등 요소로 부각하는 현실적 문제가 수면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중국은 지난 19일 보도된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와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가 담기자 즉각적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중국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 대해 “타인의 말 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지난 20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정례브리핑)며 원색적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반발하는 등 한·중 양국은 상대국 대사에 대한 초치를 비롯한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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