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쌍 무료결혼' 봉사 뒤엔…'정한수 결혼' 거리 사진사의 꿈
백낙삼 신신예식장 대표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창원시 마산의료원 장례식장 202호엔 30일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백 대표는 ‘무료 예식봉사’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힘찬 출발을 도운 인물이다. 지난해 4월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 55년간 1만4000쌍의 인연을 맺어줬다. 백 대표는 투병 끝에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일면식 없는 시민들도 조문
백 대표의 아들 남문(54)씨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 감사하다”며 “아버지 선행, 잊히지 않았구나”라고 말했다.
“1장에 20원” 길거리 사진사로 시작
백 대표는 처음엔 ‘길거리 사진사’로 일했다. 1962년의 일이다. 그에겐 ‘하루 200원 저축’이란 목표가 있었다. 자신만의 가게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시절 사진 1장 가격이 20원이었다. 발바닥이 퉁퉁 부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마산의 산과 바다, 유원지를 다녔다. 비가 오는 날엔 산에 가 나무를 하거나 비닐우산을 팔아 200원을 채웠다고 한다.
정한수 떠놓고 결혼…“나같은 이들 없길”
이런 경험 탓에 백 대표는 무료 예식봉사를 할 땐 주례, 신랑·신부 메이크업, 예식장·턱시도·드레스·신발 대여 등 예식 비용을 받지 않았다. 대신 사진값만 당시 기준 6000원을 받았다. 이 비용이 세월이 흘러 20만원, 40만원, 현재 70만원으로 이어졌다. 식비 제외하고도 1000만원 정도 예식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무료’나 마찬가지다. 이마저도 2019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뒤에는 사진값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백 대표는 생전에 “(결혼할 때) 행복해하는 사람들 표정을 보면 그만 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집안일’ 무료 결혼…아내와 아들 잇는다
“100살까지 하겠다”던 백 대표의 집안일은 그의 아내와 아들에게 맡겨졌다. 지난해 4월 백 대표가 병상에 누은 뒤부터다. 언제나 백 대표 곁에서 예식에 필요한 소도구와 옷, 화장, 폐백 준비, 촬영보조 등 5가지 역할을 도맡아 ‘5실장’이라 불린 아내 최필순 여사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아들 남문씨가 있어 가능했다. 주례는 백 대표와 수십년 지인인 백태기 전 창원여자중학교 교장이 맡고 있다.
남문씨는 “아버지가 병상에서도 어눌한 말투로 ‘(예식장 운영) 잘 해라. 열심히 해라’라고 계속 당부하셨다”며 “제가 찍은 결혼 사진을 보시고 ‘너무 예쁘게 잘 나왔다’ ‘감사하다’ ‘고맙다’며 전화나 문자로 연락오실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아버지도 이런 맘이었을까 생각하니, 계속 (무료 결혼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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