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무사 총파업, 2일 결론…"응급실 의료진 빠질지 논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의 단식 현장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 통과에 따른 파업을 예고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연대는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즉 재의 요구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총파업 여부와 규모는 다음 달 2일 정해질 전망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제오늘 총파업 일정을 계속 논의 중”이라며 “일단 (다음 달) 3일 의사ㆍ간호조무사ㆍ응급구조사 등 간호법 통과에 반대하는 직역 회원들이 연가를 내는 등 부분 파업에 돌입하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직역 회원들이 부분 파업에 돌입하는 동시에 총파업 찬반과 시점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된 내용은 다음 달 2일 기자회견 등의 방법을 통해 밝힐 계획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는 뜻에서 국무회의가 예정된 다음 달 11일과 18일 직후로 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보건복지 의료연대 구성원들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뉴스1

실제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전국에서 연대 총파업을 벌이면 의료 현장의 혼란을 피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1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이날 2차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선 의료 종사자 파업ㆍ의료기관 휴진에 대비한 비상진료대책이 논의됐다.

복지부는 긴급상황점검반을 꾸려 매일 의료 이용에 차질이 있는지 파악하고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간호법안 통과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내왔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일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 장관은 앞서 법안 통과 직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건의료인으로서 직분을 충실히 수행해 환자의 곁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30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에서 단식 농성 중인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을 찾아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탈진 상태였던 곽 회장은 조 장관 등의 설득으로 검사를 위해 병원에 후송됐다.

정부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에 반발해 시작된 제2차 전국 의사 총파업 마지막 날인 지난 2020년 8월 28일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 모습.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전공의(레지던트)와 수련의(인턴)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참여 정도가 파업의 영향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0년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한 의사 집단행동 때에도 개원의 참여율은 10% 정도에 그쳤지만, 전공의 참여율이 80%에 달하며 혼란이 빚어졌다. 현재 대전협에선 간호법 등에 반대하는 입장에 함께 하면서도 단체행동에 대해 “법안 최종 공포 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의협과는 온도 차를 보인다.

의협 내부에서도 전공의·수련의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응급실ㆍ중환자실의 필수 의료 인력까지 파업에 동참할지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교수협의회와 전공의협의회에 응급실ㆍ중환자실 등 꼭 필요한 분야를 빼고 (파업)할지를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