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대는 '상저하고' 어렵다…-28.6조 '세수 펑크' 우려
‘세수(稅收) 펑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훨씬 덜 걷히면서다. 올 하반기 반도체 경기 반등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만큼 세수 확보에 기여하지 못 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기획재정부 ‘3월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세 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4조원 감소했다. 2000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국세 수입 예산 대비 진도율(연간 목표 대비 징수 실적)은 3월 기준 21.7%다. 지난해 3월(28.1%)은 물론이고, 최근 5년 평균 3월 진도율(26.4%)을 크게 밑돈다.
세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소득세다. 1년 전보다 7조1000억원(-20.1%)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가 크게 줄었다. 법인세도 1년 전보다 6조8000억원(-21.9%) 적게 걷혔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수출 부진의 영향이 반영됐다. 부가가치세도 5조6000억원(-25.4%) 줄었다.
4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 수준의 세수가 걷힌다고 가정할 경우 세수 예상액은 371조9000억원이다. 올해 편성한 세입예산(400조5000억원)에서 28조6000억원 부족하다. 정부는 이런 부분을 두루 고려해 올해 세입 예산을 내부적으로 재추정할 예정이다.
앞으로 지난해 수준의 세수가 걷힌다는 가정부터 다시 뜯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상반기 침체한 경기가 하반기 들어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제가 반등하면서 나아진다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 기대고 있어서다. 전망에 따라 수출이 개선되면 경기가 회복하고 소득세·법인세·부가세를 모두 더 걷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올해 세입 목표치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저하고 경기 흐름이 현실화하면 이르면 5~6월부터 세수가 어느 정도 정상화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부터 하반기 실적 반등이 불투명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감산해 하반기 실적이 나아지더라 예상보다 반등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에 비해 많은 재고 물량, 주요국의 고금리 기조,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정보기술(IT) 제품 소비·수요를 제약하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낮추며 반도체 업황 부진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여러 요인을 반영해 한국의 성장률(전망)을 내렸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예상보다 나쁜 세계 반도체 사이클(업황의 주기)”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 리오프닝의 낙수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은 올해 1분기 제조업이 3.3%, 서비스업이 5.4% 성장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펴낸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성장률이 제조업 위주로 1%포인트 높아지면 한국 성장률은 0.11%포인트, 서비스업 위주로 1%포인트 오르면 한국 성장률은 0.08%포인트 오른다.
임근형 한은 국제무역팀장은 “중국의 경기가 내수 위주로 회복하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에 리오프닝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기업 440곳을 설문한 결과 54.4%가 “중국의 리오프닝이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 경제가 서비스 등 내수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어 제조업 수출이 핵심인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상저하고 전망마저 불투명한 만큼 올해 세수 결손 규모는 30조원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 예측의 실패를 인정하고 불요불급한 지출부터 구조조정해야 한다”며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기환·정진호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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