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생선 씨말리고 나무도 죽였다…韓 눌러앉은 공포의 철새
대구시 수성구 대표 관광지인 수성못 둥지섬. 1천200㎡ 면적의 작은 섬 안 나무들이 하얗게 말랐다. 푸른 잎은 없고, 가지만 삐죽삐죽하다. 둥지섬 텃새 민물가마우지 100여 마리의 배설물에 의한 ‘백화 현상’ 때문이다. 가마우지 배설문엔 요산 성분이 많아 나무와 풀을 죽이고 토양도 황폐화시킨다.
둥지섬엔 지난해 가마우지를 쫓으려 초음파 조류 퇴치기까지 설치됐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수성구 관계자는 “초음파 퇴치기 설치 초반엔 효과를 보였는데, (가마우지들이) 같은 소리에 익숙해지면서 이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20여 년 만에 '120배' 증가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1999년 269마리에 불과하던 민물가마우지는 지난해 3만2196마리로 1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강원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민물가마우지가 도내 9개 시ㆍ군 하천과 호수ㆍ저수지 등 42곳에 2만 마리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평호 상류를 포함해 홍천강 유역에는 1만여 마리, 춘천 소양강 하류에는 2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자연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상고대 명소인 강원 춘천시 동면 소양호 하류의 경우 버드나무 100여 그루가 배설물 때문에 하얗게 변했다.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로 사실상 복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저수지 내 거북섬 역시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나무가 모두 말라 죽었다. 서울 한강 밤섬 버드나무가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뒤덮이는 건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무리 지어 다니며 어민들 생계 '위협'
민물가마우지는 무리 지어 다니면서 어민들의 생계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 전남 여수에 민물가마우지 수천 마리가 날아들어 한동안 비상이 걸렸었다. 10년 전인 2013년에 여수의 한 가두리양식장에 날아든 가마우지 1000여 마리가 우럭 15만 마리를 먹어치워 6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어서다.
충북 단양군도 민물가마우지가 쏘가리 등 민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면서 내수면 어족자원이 위협받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 급증에 따라 내수면 어획량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강원지역 내수면 어획량은 2017년 933t에서 2021년 613t으로 크게 줄었다.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철새였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하천 정비를 텃새화의 주요 원인으로 설명한다. 가마우지 입장에선 그만큼 먹이 사냥을 하기 편해졌단 것이다. 민물가마우지는 하루 평균 물고기 700g, 번식기에는 1㎏을 먹어 치운다.
환경부에 잇따른 민원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최유성 연구사는 “하천 정비로 일정한 수위가 유지되면서 먹이 사냥을 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사계절 내내 먹이를 구하기 쉬워지다 보니 텃새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피해가 속출하자 강원도와 충남 아산시, 전북 김제시, 충북 단양군, 경기 양평군 등이 환경부에 가마우지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전국에 있는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를 파악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민물가마우지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더라도 다 잡는 것이 아니라 적정 개체 수를 유지하는 선에서 포획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춘천ㆍ대구=박진호ㆍ김정석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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