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면한 화분이 누군가에게는 '반려식물'일 수도
[이혁진 기자]
▲ 분갈이한 열매식물 천냥금 |
ⓒ 이혁진 |
비가 내리는 29일 주말 오후, 서울시 평생학습기관 '모두의학교'가 주관하는 '분갈이클래스'에 참가한 박상순(65·독산동)씨가 흥분하며 이같이 말했다.
모두의학교, 지역축제 '봄꽃엔딩' 개최
이날 모두의학교는 '봄꽃 엔딩' 행사를 통해 꽃꽂이와 분갈이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꽃과 식물이라는 주제로 봄을 마감하는 '지역축제'이다. 분갈이 프로그램에는 박씨를 포함해 20여 명이 자신이 키운 꽃과 식물을 가지고 와 분갈이를 직접 체험했다.
참가자들은 강사 설명에 따라 우선 화분에서 기르던 식물을 조심스레 뿌리가 다치지 않게 꺼냈다. 다음은 뿌리가 너무 화분 밑에 닿지 않게 하고 빈 공간에 배양토를 채워 다졌다. 흙 위에 마사토와 조그만 돌멩이 마감석을 깔아주는 것으로 분갈이 작업은 40분 만에 끝났다.
강사는 참가자들이 만든 분갈이 상태와 디자인을 일일이 잡아줬다. 이어 식물별 관리법도 알려주었다. 화분을 분갈이할 때 화분의 크기와 물 주는 주기가 핵심이다. 자주 분갈이하는 것도 좋지 않다. 분갈이 자체가 화초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물을 너무 자주 주게 되면 습한 환경 때문에 자라지 않는다. 요새 많이 기르는 다육질 식물은 물이 필요할 때 줄기가 물렁하거나 식물에 따라선 잎이 살짝 처지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물은 흙이 약간 말랐을 때 듬뿍 주고 꽃에는 물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생전 처음 분갈이를 한 30대 김씨는 '아보카도'가 의젓해진 것 같다며 더 정성들여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김 씨는 집에서 키우던 서양란 두 개를 '식물교환 플리마켓(벼룩시장)'을 통해 바꾼 열매식물 '천냥금'과 '다육나무' 두 개를 새로 분갈이했다.
▲ 꽃갈피 만들기 |
ⓒ 이혁진 |
▲ 꽃갈피 만들기 |
ⓒ 이혁진 |
반려식물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행사 성황
모두의학교는 이외에도 행사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보물찾기 경품과 봄꽃씨앗 나눔이벤트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우천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민들이 쇄도했다. 모두의학교 실내를 가득 메울 정도였다.
주최 측도 예상하지 못한 주민들의 뜨거운 성원에 놀라며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코로나 이후 '반려식물'에 대한 호응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 참가 주민 모두가 꽃보다 더 아름답게 보였다.
▲ 분갈이클래스 |
ⓒ 이혁진 |
봄꽃엔딩 행사를 참관하면서 반려식물에 대해 깨달은 교훈이 있다. 내가 싫어하거나 외면하는 식물은 누군가는 너무 갖고 싶은 식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지사지'와 배려하는 자세이다. 실제 식물 플리마켓을 통해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확인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아내도 꽃 키우는 걸 좋아한다. 이쁜 꽃을 보면 집에 데려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얼마 전 집에 감자 심은 화분에서 피어난 조그만 싹에도 환호했다. 그 순간 행복하고 따뜻한 마음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알게 모르게 전이되고 있음을 느꼈다.
끝으로 행사 제목인 '봄꽃엔딩'에 주목하고 싶다. 봄꽃엔딩에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찾아온 봄이 그 기운을 설령 조금 남았을지언정 부활을 충분히 증명했다는 아쉬움과 고마움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래도 이제는 봄을 뒤로하고 여름을 준비할 때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독립선언서 집필자가 일본에 붙은 역적 되다니
- 정준호 "전주영화제 정체성 훼손? 목 내놓고 막겠다"
- "눈이 아보여서 공부를 못합니다... 어쩌면 조하요"
- 축구 초보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 "공 보지 않기"
- 한국 대표 밴드 '자우림'의 작명 비하인드
- 전주 와서 이거 안 해보면 눈물 날 듯... 황홀한 이색 투어
-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거' 말고 진짜 잘 살고 싶어요
- 윤석열 대통령, 5박 7일 국빈 방미 마치고 귀국
- 고사한 나무, 무너진 산... 위태로운 '제련소 마을' 석포리
- "부끄럽지 않나" 비난에도... 11개월 '주부'가 된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