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케이크의 폭신한 식감… 반죽 저을 때 정해진다? [주방 속 과학]

이슬비 기자 2023. 4.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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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케이크 반죽을 만들자마자 구워야 더 폭신한 식감의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팬케이크를 한입 물었을 때, 폭신하고 가볍게 치아를 감싸면 '맛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카페에서 이런 팬케이크를 먹고, 집에 와 만들어 보면 폭신은커녕 살짝 질기까지 하다. 이땐 혹시 잘 안 풀리던 반죽 덩어리를 모조리 없애기 위해 너무 열심히 젓진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그게 원인일 수도 있다.

◇반죽 만들자마자 구워야 폭신해져
보통 빵은 효모의 발효 작용을 이용해 부풀린다. 그러나 발효되기까지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온 게 화학작용으로 부풀려 굽는 즉석 발효 빵이다. 팬케이크가 여기에 속한다. 이땐 베이킹 소다나 파우더를 넣어 산·염기 반응을 일으킨 뒤, 생성물인 이산화탄소로 반죽을 팽창한다. 베이킹 소다는 순수 탄산수소나트륨으로, 알칼리성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로 반죽을 팽창할 땐 레몬즙, 식초 등 산성 물질을 추가로 넣어줘야 산·염기 반응이 일어난다. 베이킹 파우더는 베이킹 소다에 산성 물질과 반응 속도를 조절할 전분 등을 섞어 만든 제품으로, 빵을 부풀릴 때 이것 하나만 넣어주면 된다. 가루 상태에선 산·염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다가, 물 등 액체에 들어가 이온화 되면 산·염기 반응이 시작된다.

다시 팬케이크 반죽을 만들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보자. 밀가루, 설탕, 우유, 달걀, 버터, 베이킹 파우더를 넣고 반죽을 휘저었을 것이다. 가루가 덩어리져 잘 안 섞인 나머지 매우 열심히 젓고, 젓고, 저었을 것이다. 혹시 반죽에 구멍이 생기진 않았는가? 그 구멍은 반죽 속에서 베이킹 파우더는 이미 산·염기 반응을 시작했고, 그렇게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갔다는 신호다. 반죽 속에 남아 팬케이크를 부풀리기로 했던 역할을 못 하게 된 것이다. 반죽을 만들고 30분만 두고 구워도 속에 기포가 거의 없어 뻑뻑한 팬케이크가 되곤 한다. 경희대 조리·푸드디자인학과 윤혜현 교수는 "폭신한 팬케이크를 먹고 싶다면 반죽을 만들자마자 대충 가루가 어느 정도 안 보일 정도만 섞은 채 바로 구워야 한다"고 했다. 질겨지는 이유도 반죽을 오래 저었기 때문이다. 밀가루는 액체와 섞이면 밀 속에 있는 단백질인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서로 결합해 글루텐이라는 단백질 그물망을 만든다. 빵을 만들 땐 글루텐은 탄력을 높이고, 쫄깃한 식감을 구현하는 엄청난 구원투수다. 그러나 팬케이크에선 질기게만 할 뿐이다. 반죽을 오래 힘껏 섞으면 섞을수록, 글루텐 형성이 많아지면서 반죽이 단단해지고 식감은 안 좋아진다.

한편, 시중에서 파는 베이킹 파우더는 대부분 반죽 초기 이산화탄소를 한 번 생성하고, 열을 가했을 때 다시 한번 더 산·염기 반응을 해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이중 반응 베이킹파우더다. 반죽을 오래 저은 후 구워도 어느 정도 기공은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래도 더 폭신한 팬케이크를 만들려면 반죽을 만들자마자 굽는 게 좋다.

◇머랭 넣어 수플레 팬케이크 만들 수도
달걀흰자를 이용하면 폭신하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식감의 수플레 팬케이크도 만들 수 있다. 달걀흰자를 계속 저어주면 흰자 속 엉겨있던 단백질이 풀리는데, 이때 물을 좋아하는 단백질은 물 쪽으로, 물을 싫어하는 단백질은 안쪽으로 향하면서 큰 막이 형성된다. 내부엔 공기가 가득 차 기포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 흔히 머랭이라고 하는데, 반죽에 머랭을 넣고 팬케이크를 구우면 베이킹 파우더를 사용했을 때보다 더 가벼운 식감의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때도 반죽을 너무 열심히 저으면 안 된다. 기껏 만든 머랭 기포가 다 없어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머랭을 만들 때 설탕을 추가하면 더 안정된 기포 구조를 갖춘 머랭을 만들 수 있다. 동서울대 호텔외식조리과 김도연 교수는 "폭신한 식감만 따지면 아예 포집된 공기를 넣는 머랭 이용 팬케이크가 더 나을 것"이라며 "베이킹 소다를 넣은 팬케이크는 조직감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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