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적자 1년만에 흑자 반전 ... K뷰티 ‘크레이버’ 비결 들어보니 [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이성민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5@mk.co.kr) 2023. 4. 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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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창업 후 4년 만에 80배 성장. 이후 중국 사드 사태 등으로 연간 손실 100억원 규모로 급전직하. 다시 지난해 매출액 585억원, 영업이익 35억원 올리면서 흑자 전환.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 ‘스킨천사’. (크레이버 제공)
스타트업 ‘크레이버’ 얘기다. 크레이버는 이소형 대표, 박현석 부대표가 ‘비투링크’라는 이름으로 창업했던 것을 지난해 사명을 바꾸며 분위기를 일신한 K뷰티 회사다. 이데넬, 스킨천사 등 5개 화장품 브랜드 전개는 물론 글로벌 B2B 유통 플랫폼 ‘우마’, 신소재 개발을 통한 화장품 ODM 사업도 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브랜드와 플랫폼 간의 시너지로 역대 최대의 분기 매출,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소형 대표에게 위기를 기회로 바꾼 비즈니스 전략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크레이버 연결 당기 순이익 추이. (크레이버 제공)
Q. 지난 수년간 매출 추이를 놓고 보면 롤러코스터를 탄 듯하다. 그러다 지난해 뚜렷하게 턴어라운드를 했던데 그 얘기부터 들려달라.

직접 전개하는 브랜드가 선전했던 덕이 컸다. 스킨케어 브랜드 ‘스킨천사’가 대표적이다. 2016년 연매출 14억원이었던 스킨천사는 지난해 매출 330억원으로 20배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뷰티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2020년에도 오히려 전년 대비 100% 이상 매출 신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매출 비중이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멕시코 코스트코, 칠레 오프라인 뷰티숍 등에도 입점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스킨천사의 대표 베스트셀러 제품인 ‘센텔라 앰플’과 ‘좀비팩’은 전체 진출국에서 각각 520만개, 158만개에 달하는 누적 판매량을 달성했다.

Q. 스타트업마다 위기가 없는 곳이 없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이 대표가 경험해본 입장에서 타개책은 뭐였나.

회사의 어려움을 감추지 않고 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 컸다. 위기가 닥쳤을 때 느낀 것 중 하나는 사업 현황을 직시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였다. 사업부, 지역, 브랜드, 상품, 판매 채널별 매출처럼 필수적인 항목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실보다는 경영진의 감이나 선호가 의사 결정 기준이 되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따라서 어려운 상황임에도 투자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고, 이를 통해 회사의 모습을 명확하게 직시하고 얼마 남지 않은 회사의 자원이 집중돼야 할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다.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알게 된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의사 결정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구성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회사에 현재 현금이 얼마나 있고 어떤 위기를 맞이했는지, 우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처럼 과거에는 구성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소수의 경영진들만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도 포함했다.

막상 공개하고 나니 직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동요가 줄어들었고, 회사의 상황을 이해하고 나니 회사 방향성에 대한 지지도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회사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점에서 오너십과 결속력이 높아지는 계기도 됐다. 이후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더 자주 공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Q. 화장품 유통 대행 회사로 출발했는데 최근에는 ‘뷰티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 변신했다고 선언했다. 일단 용어가 좀 어렵다.

애그리게이터란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인수 혹은 지분 투자해서 크레이버가 갖고 있는 역량을 이식, 성장시킨다는 개념이다. 이전까지는 고객사 브랜드 유통에 더 신경을 많이 썼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화장품은 브랜딩, 품질 그리고 창의성(크리에이티브) 등 다양한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이런 잠재력을 가진 인디 브랜드가 직접 해외로 나가기에는 매우 큰 규모의 마케팅 예산이 필요하다. 유통 채널 부재 등 기본적인 세일즈부터 문화, 규제 등 다양한 장벽까지 넘어야 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처음 창업할 당시에는 우리가 유통 플랫폼으로서 그들의 부족한 점을 ‘지원’함으로써 K뷰티의 세계적인 확장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몇 년간 사업을 하면서 유통이라는 한 부분만 담당하면 외부 요소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브랜드의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다. 따라서 잠재력 있는 브랜드를 직접 인수한 후에 전권을 갖고 해외에 진출하는 편이 K뷰티의 글로벌 진출 성공 방정식을 구축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Q. 최근에는 뷰티 영역에서도 크레이버처럼 멀티 브랜드 플랫폼을 지향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차별점은.

여러 브랜드를 인수하는 멀티 브랜드 플랫폼 혹은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모델의 핵심은 브랜드 인수로 발생하는 복잡성 비용보다 인수를 통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있다. 크레이버가 인수한 브랜드에 줄 수 있는 시너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해외 시장 진출 잠재력의 실현’이다. 크레이버가 최근 10년간 구축한 해외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에 기반해, 실현되지 않았던 잠재력을 현실화해 해외 매출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규제 대응, 국가별 문화를 고려한 세심한 전략과 물류 인프라 등이 크레이버의 절대적인 차별점이다. 예를 들어, 소규모 글로벌 바이어를 위한 크레이버의 온라인 B2B 플랫폼 ‘우마’는 104주 고객 서비스 유지율(retention rate)이 20% 이상일 정도로 충성 고객의 비중이 높다. 이런 고객 베이스는 초기 브랜드가 효과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Q.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K뷰티를 향한 관심이 필수적일 텐데, K뷰티 전망을 어떻게 보나.

과거 중국에서 성공했던 일부 한국 뷰티 브랜드가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 중국 내 인기가 급격하게 하락해서다. 이걸 보고 K뷰티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K뷰티는 한국인의 창의성, 역동성, 그리고 자기관리에 대한 높은 관심 등 다양한 경쟁력에 기반해 탄생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중국에서 K뷰티의 급격한 인기 하락은 한국 화장품 산업의 특징이 아닌, IT나 자동차처럼 업계를 불문하고 모든 한국산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겪었던 전반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또 당시 브랜드들은 자체적인 역량보다는 따이궁(보따리상) 등과 같은 외부 요인을 통해 해외에 진출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응력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3세대 K뷰티 브랜드는 다르다. 글로벌 마케팅과 유통 등 전문적인 영역을 관리하고 있고 다양한 매출 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데넬 ‘알텀 펩타이드 솔루션 크림’은 ‘알텀’이라는 특허 원료를 이용한 혁신 기술을 적용했다. (크레이버 제공)
Q. 중국 외 다른 지역 성적표는 어떤가.

크레이버의 경우만 놓고 보면 중국 시장이 부진해도 다른 국가 매출이 받쳐주면서 성장 잠재력은 더 강해졌다. 가장 높은 매출을 보이는 국가가 이제는 미국이다. 그 밖에 동남아, 중화권, 유럽 등에서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며 98개국에 직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K팝이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과 유사한 성장 추이라고 생각한다. K콘텐츠의 확산 흐름처럼, K뷰티의 팬덤 또한 아시아를 넘어 다양한 국가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Q. 향후 어떤 회사로 기억되게 하고픈가.

0.1% 고객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뾰족하고 개성 있는 브랜드들을 만들고 이를 글로벌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제약으로 한 브랜드가 시장의 5~10%를 점유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요소를 지닌 무난한 브랜드들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커머스와 글로벌화가 일상이 되면서 뷰티업계의 성공 공식이 변하고 있다. 1000명 중 한 명을 매료시키는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되, 이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 규모를 확보하는 것이다.

크레이버 또한 이런 맥락에서 보유 브랜드들의 브랜딩과 메시지를 더욱 뾰족하게 다듬고 이들을 전 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는 유통, 플랫폼 사업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나노테크 화장품 기업 ‘SR바이오텍’을 인수했다. SR바이오텍은 30억원을 투자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신소재인 ‘알텀’을 개발한 기술 기업이다. 알텀은 화장품의 흡수율을 60배 높여주는 혁신적인 기술과 독특한 사용감이라는, 다른 브랜드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뾰족한 요소를 갖췄다. 이 기술을 활용해 화장품만으로도 눈에 띄게 개선되는 효과를 원하는 전 세계의 55세 이상 고객을 공략할 계획이다. K드라마 열풍도 초기에는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스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장르물들이 사랑받는 것처럼, 알텀이 오징어 게임처럼 수많은 최초와 최고의 역사를 쓰며 K뷰티의 지평을 넓히기를 기대한다.

크레이버 이소형 대표. (크레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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