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X파일]역대급 총선라이벌, 서대문 혈투 20년史

류정민 2023. 4. 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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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연대 출신 우상호·이성헌, 기막힌 라이벌전
우상호 4회 당선, 이성헌 2회 국회의원 당선
2024년 서울 서대문갑, 새로운 주인은 누구

편집자주 - ‘정치X파일’은 한국 정치의 선거 결과와 사건·사고에 기록된 ‘역대급 사연’을 전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른바 정치적 라이벌이 존재한다. 당내에도 있고, 경쟁 정당에도 있다. 총선 때마다 한 판 격돌을 벌이는 상대 정당 라이벌은 눈엣가시다.

“저 사람만 없었으면….”

정치적인 탄탄대로가 열릴 것 같은 생각.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런 총선 맞대결을 20년간 이어온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그 지역 총선 후보였다. 그리고 두 사람 중 한명이 당선됐다. 그 지역은 2000년 이후 2023년에 이르기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두 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만 배출했다.

두 사람이 벌인 역대급 총선 라이벌 혈전, 서울 서대문구갑 지역구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2022년 10월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 정치에서 역대 총선 라이벌 가운데 손꼽히는 맞수 중 맞수.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의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이다.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은 2000년 제16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의 지역구는 모교인 연세대를 품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성헌 구청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나왔다. 두 사람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다만 우상호 의원은 학생운동이 절정에 이르던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소속으로 연대 총학생회를 이끌었다는 차이가 있다. 이성헌 구청장은 1983년도에 연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이른바 학도호국단 시절이다.

나이는 1958년생인 이성헌 구청장이 1962년생인 우상호 의원보다 네 살 많다. 참고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64년생으로 우상호 의원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이다. 우상호 의원의 정치 구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0년 총선은 정치인 우상호와 이성헌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선거다. 이성헌 구청장은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에 출마했고, 우상호 의원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같은 지역에 나섰다.

1980년대 통일민주당 시절부터 당직을 경험했던 정치 선배 이성헌 구청장에게 정치 신예 우상호 의원이 도전하는 선거였다. 결과는 박빙이었다. 이성헌 구청장은 47.0%를 득표해서 45.2%를 얻은 우상호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2020년 4월 6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앞에서 미래통합당 서대문구갑 이성헌 후보가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정치인으로서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게 됐다.

우상호 의원은 아쉽게 낙선한 뒤 4년 후를 기약했다. 그렇게 다시 만난 2004년 제17대 총선.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열풍을 토대로 거센 바람몰이를 이어갔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 서대문갑에 나섰던 우상호 의원의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상호 의원은 46.1%를 얻어 당선됐다. 하지만 이성헌 구청장도 43.8%를 얻으며 선전했다. 다시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우상호 의원은 제17대 총선을 계기로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다시 4년 후 이번에는 이성헌 구청장이 반격을 준비했다. 2008년은 당시 통합민주당이 서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선거다. 우상호 의원은 제18대 총선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서대문갑 선거에 나섰지만 43.5%를 얻는데 그쳤다.

한나라당 이성헌 후보는 51.6%를 득표하면서 서대문갑 국회의원 자리를 탈환했다.

그렇다면 2012년 제19대 총선은 어떻게 됐을까. 절치부심 4년을 준비한 우상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 54.4% 득표율로 당선됐다. 45.6% 득표율에 그친 이성헌 구청장은 다시 한 번 서대문 국회의원 자리를 연세대 후배에게 양보해야 했다.

정치인 우상호와 이성헌, 두 사람이 펼친 2000년부터 2012년까지의 네 번의 선거. 공교롭게도 번갈아 가면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결과가 나왔다. 낙선한 정치인은 4년 동안 칼을 갈면서 새로운 혈투를 준비했고, 기어이 국회의원 자리를 탈환했다.

그러나 2016년 제20대 총선과 2020년 제21대 총선은 모두 우상호 의원의 승리로 끝이 났다. 우상호 의원은 54.9%와 53.2%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하면서 여유 있게 당선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정치인 이성헌에게 서대문갑 국회의원 선거 승리의 마지막 기억은 2008년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고, 그 이후 우상호 의원에게 내리 3연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바 있는 우상호 의원이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 서대문갑 출마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상호 의원은 총선 불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당의 부름에 따라 내년 총선에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자기 지역구인 서대문갑에 다시 나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2000년부터 이어진 서대문갑의 혈투가 2024년에는 끝이 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성헌 구청장은 무주공산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문제는 이성헌 구청장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현역 서대문구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에 나오려면 구청장 임기를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그만둬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2000년부터 서대문에서 20여년간 이어졌던 우상호-이성헌 총선 라이벌전은 2024년 두 사람 모두 퇴장하는 형태로 막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건 역대 총선 라이벌 가운데 최고의 빅매치로 손꼽히는 우상호-이성헌 대결은 정치사에 오랜 시간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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