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성취 무너져 허망" 文발언 빠져…다큐 '문재인입니다' 보니
29일 전주영화제 첫 공개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1년
평산마을 전원 일상 초점
'5년간 이룬 성취가 무너졌다'는 취지의 문재인 전 대통령 발언은 빠졌고, 그의 평산마을 전원 생활이 부각됐다.
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5월 10일 개봉)가 29일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내외가 직접 삽을 들고 정원‧텃밭을 일구며 고령의 반려견 ‘마루’와 ‘토리’, 반려묘 ‘찡찡이’와 함께한 사계절 전원 일상을 담았다.
사계절 시골살이를 그린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연상된다는 반응부터 ‘문재인표 전원일기’란 관람평까지 나왔다. 다큐는 지난해 5월 퇴임한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에 도착한 봄부터 가을까지 시간적 순서를 따른다.
연출을 맡은 이창재 감독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한 다큐 ‘노무현입니다’(2017)로 185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이날 '문재인입니다'의 전주영화제 최초 상영이 있던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대공연장은 1493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상영 전 무대인사에서 이 감독은 “이 영화를 이번주에 만들어 저도 극장에서 처음 본다”면서 “1994년 다큐를 시작해 올해가 30년째인데 저에게 가장 어려웠던 영화다. 이가 두 개나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주연(문 전 대통령)께서 비협조적이어서 오늘 같은 큰 자리에 홍보도 해주셔야 할텐데 영화도 안 보셨다. 이런 분이었구나, 영화 마칠 때쯤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감독 "우리 주연(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비협조적"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가 선공개한 다큐 촬영본 속 문 전 대통령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해당 영상에서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5년간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이룬 대한민국의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허망한 생각이 든다”면서 “현실정치의 영역에서 잊혀지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것인데 그 꿈도 허망한 일이 됐다. 끊임없이 저를 현실정치 속에 소환하게 되면 결국은 그것이 부메랑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제작사 다이스필름 측은 최종 개봉 버전에 이 인터뷰가 포함될지 미정이라며 수습에 나섰고, 결국 29일 영화제 상영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작사 관계자는 "이번 다큐는 문재인이라는 한 인간을 탐구한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은 가급적 뺐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 ‘송강’의 청와대 반납 문제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고는, 민감한 정치적 발언은 없었다.
다큐에서 문 전 대통령은 “반려동물이지만 정상회담에서 받은 선물이기 때문에 대통령 기록물이다. 행안부가 제3자한테 위탁 관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기로 약속했던 것인데 지금까지 되지 않고 있다. 6개월 동안 아무런 근거 규정 없이 제가 대통령 기록물을 계속 관리하는 중이기 때문에 위법 시비가 있을 수 있다”며 풍산개들을 돌려보낸 이유를 밝혔다.
문재인 "식물의 생명력, 저를 겸허하게 만든다"
다큐엔 평산마을이 시위대의 폭언‧소음에 장악된 풍경도 나오지만, 문 전 대통령이 묵묵히 참는 모습이 부각됐다. 성당 미사에 가고, 귀신을 쫓는 엄나무‧메밀밭 등을 가꾸는 그의 모습이 시위대 장면과 교차 편집된다. 문 전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는 나무와 식물이 가진 그 엄청난 생명력, 심지어 일종의 뭔가 정신세계가 있는 것 같은 경외감이랄까. 그것이 저 스스로를 좀 겸허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외 정치적 이슈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속내는 측근들의 인터뷰로 대신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전 외무부장관,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시민사회운동가 최수연씨, 부산 변호사 시절 동료, 고교 동창 등이 출연해 미국과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및 탄두 중량 협상 과정, 일본의 반도체 소재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검찰 개혁, 조국 전 법무부장관 및 김진숙 노동운동가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입장, 인권 변호사 시절 모습 등을 증언한다. 박 전 국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좋으신 분이다. 저분이 대통령을 할 수 있을까, 그만한 리더십과 정치력이 있는가에 대해 굉장히 의심했다”면서 “2017년 선거 때는 보니까 (2012년과 달리) 욕심이 많아졌더라. 그게 좋은 거다. 권력욕이 있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통령 할 수 있을까 의심…2017년 욕심 엿봐"
영화 말미엔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비롯해 문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유대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화면을 배치했다. “현실정치의 영역에선 잊히고 싶다”는 문 전 대통령의 뜻과 달리, 지지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그의 모습으로 가득 채운 느낌이다.
다큐 ‘문재인입니다’는 이달 중순 개봉관 확보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액 30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14억8782만원을 후원받기도 했다.
이 영화는 전주영화제가 매년 국내외 프로젝트 각 1편의 장편에 최대 1억원을 제작 투자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 넥스트 에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큐 ‘노무현입니다’에 이어서다.
전주=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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