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수가 부총리에 건넨 동양란…화분에 담긴 '특별한 흙' 정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김재욱 경북 칠곡군수가 특별한 동양란 화분 하나를 품에 안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찾았다. 6·25 한국전쟁 당시 전세를 바꿨단 평가를 받는 ‘다부동전투’ 현장의 흙으로 채운 화분이었다.
전쟁 흐름 바꾼 다부동전투
다부동전투는 낙동강 방어선 중 가장 전략적인 요충지였던 칠곡 왜관읍과 가산면 다부리 일대에서 1950년 8월 백선엽 장군이 이끄는 국군 제1사단과 북한군 제1·3·13·15사단이 격돌한 전투다. 이 전투로 한국군 1만여 명, 북한군 1만7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 유학산 기슭에는 국군 제1사단의 전공을 기린 다부동전적비가 있다.
다부동 일대를 지켜낸 끝에 유엔(UN)군은 추후 반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에 다부동전투는 6·25 전쟁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 전투로 전해진다. 만일 다부동이 적의 수중에 들어갔다면, 지형상 아군은 10㎞ 남쪽으로의 철수가 불가피했다. 이후 대구가 적 지상화포의 사정권내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고 전쟁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패망의 큰 원인이 된 베르됭전투와 닮았다고 해서 다부동전투를 ‘동양의 베르됭전투’라고도 부른다.
다부동대첩으로 명칭 변경을
김 군수가 이 흙을 담은 동양란 화분을 챙겨온 것은 6·25 전쟁 당시 최초의 한·미 연합작전이자 3대 전승의 하나인 다부동전투를 ‘다부동대첩’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도 수록해 줄 것을 건의하기 위해서였다.
대첩(大捷)은 사전적 의미로 ‘큰 승리’를 뜻한다. 살수대첩(612년), 한산도대첩(1592), 청산리대첩(1920) 등이 대표적이다. 전투는 대결 구도가 형성되거나 일반적인 싸움이 벌어졌을 때 칭하는 것으로, 대첩과 비교하면 그 싸움의 의미도 작다고 평가된다.
김 군수는 ‘부총리님 다부동전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리본을 화분에 붙여 이 부총리에게 전달하며 다부동전투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평화와 통일만큼 호국과 나라 사랑의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은 다부동전투 승리로 지켜낼 수 있었기에 반드시 역사 교과서에 수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부동전투는 단순한 전투의 의미를 넘어서는 구국(救國)의 전승”이라며 “다부동전투의 의미와 가치 전달을 위해 다부동대첩으로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부총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소중함과 올바른 국가관 형성을 위해 교과서 수록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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