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일 맹렬한 반발…'워싱턴 선언' 가치 역설적으로 입증

정도원 2023. 4.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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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워싱턴 선언, 전례 없는 일…문서 명문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국민의힘 "원색적 비난, 역설적으로 북한 두려움 크다는 것을 보여줘"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한국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한미 '워싱턴 선언'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명문화된 문서로, 결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사태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워싱턴 선언'에 대한 국내의 평가가 엇갈리지만, 북한의 이러한 맹반발이 역설적으로 선언의 가치를 입증해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30일자 2면에 '워싱턴 선언'을 비난하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게재했다. 노동신문은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로 주민들은 독보회(讀報會) 등을 통해 이 신문의 입장을 숙지해야 한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국영 뉴스통신사로 당의 입장을 공식 대변하고 있는 만큼, 이날 게재된 논평은 '워싱턴 선언'에 대한 북한 당국의 공식 평가로 간주된다.


논평에서 북한은 '워싱턴 선언'을 "극악한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적 산물"이라며 △핵협의그룹(NCG) △전략핵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한미일 3국 합동군사훈련 확대 등 선언의 모든 세부적 내용을 일일이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워싱턴 선언'을 가리켜 "지금까지 미국과 괴뢰들 사이에 숱한 밀담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세상에 내놓고 우리를 핵공격대상으로 지명하고, 핵전략자산의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조선반도 전개를 노골적으로 쪼아박은 전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경악했다.


이어 "미국·괴뢰·일본 '3자 협력 확대'와 우리에 대한 정보의 실시간 공유, 우리의 핵미사일 위협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군사연습의 정례화를 확인한 공동성명 역시 안보의 간판을 내건 위험한 흉계"라고 비난했다.


나아가 "미국이 이번에 핵전략자산의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전개와 적극적인 공개를 의미하는 '정례적 가시성'의 증진을 운운하며 전략핵폭격기, 핵항모 타격단에 이어 전략핵잠수함까지 우리 가까이에 들이밀고 그 사실을 공개한다고 문서에 명문화한 것은 결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사태"라고 펄쩍 뛰었다.


이러한 북한의 논평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미국 국빈 방문을 통해 도출한 '워싱턴 선언'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입증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에 따르면 '워싱턴 선언'은 △북한을 핵공격 대상으로 지목하고 핵전략자산을 정기적·지속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선언이며 △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로 북핵 위협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핵폭격기·핵항모·핵잠 등을 공개적으로 전개하기로 문서에 명문화까지 해 북으로 하여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뜻이 된다.


이날 논평에서 미국·일본과는 달리 우리를 일관해서 '괴뢰'라 지칭한 북한은 이러한 '워싱턴 선언'을 도출한 윤석열정부를 맹비난하며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겁박하기도 했다.


북한은 "보다 무모해진 미국과 괴뢰들의 적대적 흉심을 재확인할 수 있게 한 윤석열역도의 미국 행각"이라며 "우리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반(反)공화국 압살에 광분하는 미국과 괴뢰 패당의 위험천만한 핵전쟁 책동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으며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공박했다.


북한은 '워싱턴 선언' 이후 약 이틀간 침묵을 이어가다가 전날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나서서 비난한데 이어, 이날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비난을 이어갔다. 이날자 노동신문 2면에는 논평과 함께 김 부부장의 입장도 나란히 실렸다.


북한이 사흘간 침묵을 이어가다가 '대외 목소리'를 총동원해 '워싱턴 선언' 비난에 나선 것은, 이 선언이 북한 당국을 얼마나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가람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 김정은정권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며 "김정은정권의 강력한 반발은 역설적으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드러난 양국의 끈끈한 우정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혈맹은 만약 북한이 핵공격을 시도한다면 이에 대해 철저하게 보복과 응징을 가할 것"이라며 "북한이 그 조악한 핵무기를 신줏단지처럼 끌어안고 있어봤자, 한미 연합군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김정은정권 전체를 뿌리부터 소멸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윤석열정부는 이미 문재인정권의 '대북 굴종 정책'과는 단호하게 절연하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며 "평화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그 평화는 압도적인 힘으로 지켜낼 수 있다. 김정은정권은 오판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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