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GDP 절반 쏟은 나치 패망 봤는데도…전세계 군비 사상최대 기록

이현우 2023. 4.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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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방패 사서 입대해야했던 고대시대
2차대전 당시엔 GDP 40% 이상을 군비로
우크라戰에 군비 재상승…경제와 균형이 중요

편집자주 - [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 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일요일마다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며, 40회 이후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안보 우려가 커진 각국이 앞다퉈 군비 강화에 나서면서 전 세계 군비지출이 사상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냉전 종식 이후 한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1%대까지 떨어졌던 각국 국방비는 2%를 넘어 3%에 육박하고 있는데요.

갑자기 커진 국방예산이 다른 모든 항목들보다 우선시되면서 복지예산 삭감 압력이 커진 각국 정부는 지지율 사수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인플레이션 심화로 생활고가 커진 국민들은 국방비 증액을 명분으로 증세 정책으로 돌아서려는 정부에 반발하며 조세저항까지 커지고 있죠.

이처럼 단순히 국방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와 개개인의 삶까지 큰 영향을 끼치는 군비 문제는 인류사와 함께 계속 이어져왔다고 합니다. 그나마 전쟁이 일상은 아니게 된 현대와 달리 그야말로 눈뜨면 전쟁이 발발하던 고대나 중세시대에는 국가 예산의 절반 이상이 군비였을 정도로 전체 예산을 짓누르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처럼 여러 경제적인 시사점을 주는 군비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세계 군비지출 3000조 육박…사상최대치 기록
[이미지출처=미국 밀리터리모기지센터]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스톡홀름국제평화재단(SIPRI)은 이날 발표한 '2022 세계 군비 지출 동향' 보고서에서 전 세계 군비 지출액이 전년 대비 3.7% 증가한 2조2400억달러(약 3000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SIPRI는 "세계 군비 지출은 2015년 이후 8년간 해마다 늘었고 2013년과 비교하면 최근 10년 사이 1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안보불안이 심화된 유럽지역의 군비가 가장 많이 급증했죠. 유럽국가들의 군비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4800억달러로 냉전 종식시기인 198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급격하게 군비를 늘린 유럽 국가는 핀란드(36% 증가), 리투아니아(27% 증가), 스웨덴(12% 증가), 폴란드(11% 증가) 등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이었죠.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군비지출 1위 국가는 역시 미국(8770억달러)이었습니다. 2위인 중국(2920억달러 추정)과의 군비 격차는 3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집계됐죠.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중국의 군비 지출 규모가 발표된 것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돼 미국과의 격차가 공식적 수치보다는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양국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인 러시아(864억달러 추정)가 군비지출 3위를, 인도(814억달러)가 4위, 사우디아라비아(750억달러 추정)가 5위를 기록했으며, 영국(685억달러), 독일(558억달러), 프랑스(536억달러) 등 유럽국가들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9위와 10위에서는 순위 변동이 일어났는데요. 바로 한국의 군비 지출 규모가 464억달러로 지난해 9위였던 일본(460억달러)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죠. 올해는 우크라이나에 이어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도 크게 고조되면서 세계 군비 지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역사(History)1 : 고대에는 무기·군복 직접 사서 간 이유…예산 부족
[이미지출처=넷플릭스 역사드라마 '로마제국' 스틸컷]

현대에 비해 산업도 미미하고 국가재정도 열악했던 고대에는 이 군비 부담이 정말 만만치 않았다고 하는데요. 전쟁이 장기화되면 오히려 선제 공격을 한 국가가 먼저 경제가 휘청일 정도로 군비 부담이 컸기 때문에 늘 공격에 신중해야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당시 국가들의 군비 부담은 중국의 '손자병법(孫子兵法)'에도 나와있습니다. 손자병법 작전편(作戰篇)에 따르면, "범용병지법 치차천사 혁차천승(凡用兵之法 馳車千駟 革車千乘), 대갑십만 천리궤량 측내외지비 빈객지용(帶甲十萬 千里饋糧 則內外之費 賓客之用), 교칠지재 차갑지봉 일비천금 연후십만지사거의(膠漆 之材 車甲之奉 日費千金 然後 十萬之事擧矣)"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걸 해석하면, "전쟁을 함에 있어 전차 1000대, 치중차 1000대, 갑옷과 투구 10만개가 필요하고 천리나 되는 먼길에 군량을 운반해야 하며, 국내와 전장에서의 경비와 외교사절 접대비, 기계의 정비와 수리용 자재, 군수품의 조달 등 하루에 1000금을 소비한 연후에야 10만명의 군사를 일으킬 수 있다" 는 내용이죠.

당시 일반적인 서민들의 재산이 3금 정도였다고 하니 1000금은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었는데요. 하루에 그 많은 돈이 눈녹듯 사라지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아무리 부유한 나라라도 파산할 수 있다는 것을 손자병법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산업발전도 미약했던 고대국가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군비를 줄이는게 급선무였는데요. 이로인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시대에는 대부분의 군인들이 무기와 방패, 갑옷, 말과 같은 모든 군사 장비를 본인이 준비해서 가져가야했습니다. 국가에서 직접 장비를 지급하는 경우는 로마제국 등 각 지역의 초강대국들을 제외하면 찾기 힘들었다고 하죠. 로마제국조차 전체 국가예산에서 군대 유지 비용이 50%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군비 부담이 매우 컸다고 합니다.

◆역사(History)2 : 2차대전 이후에야 GDP 대비 3% 아래로 내려가
2차대전 당시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위치한 군용기 조립공장의 모습[이미지출처= 미 육군]

군비가 국가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해진 것은 16세기 이후 각국에서 회계장부를 기록하고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로 알려져있습니다. 전쟁의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군비 부담은 점점 늘어나게 됐는데요.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을 살펴보면 16세기 중반인 1535년부터 1547년 사이 당시 영국의 군비지출은 전체 정부 지출 대비 평균 29.4%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군사 동원 단위가 10만명 이상으로 올라간 17세기 이후, 1685년부터 1813년까지 평균 군비 지출은 전체 정부 지출에서 74.6%까지 급등하게 됐죠.

그나마 산업혁명 이후부터 경제가 크게 발전하고 생산력이 이전시대와 비교도 안되게 향상되면서 군비 부담은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870년부터 1913년까지 당시 강대국인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의 국방비는 전체 예산에서 30% 정도 수준에 머물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약 6~7% 정도였다고 하죠. 물론 전시가 아닌 이상 대체로 GDP 대비 1~2%대 국방비를 유지 중인 현대와 비교하면 엄청난 비율이었습니다.

인류역사에서 군비 부담이 가장 극적인 상황은 2차 세계대전 당시였다고 하는데요. 당시 추축국인 나치독일은 GDP 대비 50% 이상, 영국은 45%, 소련도 44% 이상이었고, 미국만 32% 정도였다고 합니다. 정말 군사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모든 경제적 역량이 전쟁에 소모됐던 셈인데요.

2차대전 이후 냉전기와 탈냉전기를 거치며 군사적 긴장감이 완화되면서 군비 비중은 크게 축소됩니다. 전후 재건을 위해 1950~1970년대까지 주요국에서 정부 지출 대부분은 경제재건과 복지비용으로 소모됐고,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서구국가들은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1%대로 낮추게 됐죠.

◆시사점(Implication) : 국체보존 VS 경제력 약화 딜레마 속 균형점 찾아야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30년간 이어온 유럽의 평화를 깨트리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2%대로 끌어올려야한다고 압박해도 꿈쩍않던 유럽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군비를 대폭 인상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과 석유, 가스가격 폭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각국 정부는 경기를 최대한 안정시키면서도 국방비를 올려야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국가안보를 유지하지 못하면 경제도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안보불안 해소를 위한 군비는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경제발전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나친 군비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지는지 보여주는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전세계에서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알려져있죠. 세계은행(WB)의 집계에서 2019년 기준으로 전체 GDP의 26.4%를 국방비로 쏟아붓고 있다는데요. 리비아나 예멘 등 내전이 이어지는 국가들도 10~15% 수준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비중입니다.

결국 경제와 국방의 최적 균형점을 찾아야하는 것이 모든 나라들의 급선무가 된 셈인데요. 특히 북한의 핵위협 뿐만 아니라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 러시아의 군사도발 등이 한꺼번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해법을 찾는데 서둘러야하는 상황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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