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성범죄·피싱 다 엮였다"…'마약 전쟁' 이끄는 김연실 검사
“지금 막지 못하면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처럼 최근 검찰은 마약 소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한국과 미국에 거점을 둔 마약밀수조직을 최초로 적발했다. 지난 1월 마약밀수 조직의 수령책·관리책 등 10명을 재판에 넘겼고. 최근엔 국내 조직망을 재건하려던 조직원 5명을 붙잡아 구속기소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 등과 공조해 미국에 있는 총책 등도 추적하고 있다.

검찰, 인천공항세관, 인천시 특별사법경찰 등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은 김연실(48·사법연수원 34기)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이끈다. 김 부장검사는 대구지검, 부산지검, 서울중앙지검에서 마약사건 전담 공판검사로 일했다. 2011년 “마약수사 같이 해보자”는 김회종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본격적으로 마약범죄 수사에 뛰어들었다.
지난 28일 인천지검에서 만난 김 부장검사는 “마약범죄는 측정이 어려울 정도로 많이 퍼져있다”며 “정치 논리로 확산을 막을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검찰청이 마약 수사 역량을 키우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대검 강력부를 정상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Q : 마약 범죄가 다양해지고 있다
A :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범죄도 다변화하고 있다. 마약이 살인, 성범죄와 결합하더니 이젠 보이스피싱과 혼합한 변종 범죄가 출현했다.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것도 원인이다. SNS 등 사회 관계망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데 이게 그대로 마약 유통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마약과의 거리가 좁혀진 거다. 수급이 쉬워졌고, 수요가 뒤따르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해졌다.
Q : 예견된 현상이란 건가
A : 그렇다. 한 번에 적발하는 마약량은 계속 늘고 있었다. 10년 전 마약 수사를 한 검사들이 지금 적발량을 보고 놀라더라. 그때보다 수십 배 늘었으니까. 마약범죄 흐름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세관 등과 수사협력체계를 만들었지만, 앞으로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다.
Q : 왜 알고도 예방 못 했나
A : 대응책을 촘촘하게 강화해야 했는데 오히려 중요 안전망 중 하나인 검찰 수사권을 걷어냈다. 마약 첩보를 입수해도 밀수를 빼곤 수사를 못 했다. 사실상 마약 범죄의 10%만 수사한 거다. 지난해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버렸다.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대검 강력부 폐지 이후 검찰은 해외 마약 밀반입 사범을, 경찰은 투약 사범을 쫓는 식으로 분업 수사를 하고 있다.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마약 범죄는 ‘500만원 이상 마약 밀수 사건’으로 제한됐다.
지난해 9월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마약류 밀수·유통 범죄에 대해선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게 됐지만, 그간 수사 공백이 컸다는 게 김 부장검사의 평가다. ‘골든 타임’은 놓쳤지만, 마약범죄 확산을 막기 위한 특별수사팀의 총력전은 계속되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최근엔 미국·태국 등과 국제공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Q : 인천에서 적발된 마약 밀수 사범이 상당하다
A : 공항과 항만이 있다 보니 인천엔 해외에서 마약류를 들여오다 적발되는 이들이 많다. 마약류 밀수를 잡으려면 미 마약단속국(DEA)이나 미 국토안보수사국(HSI)등과 공조해야 한다. 보통 그쪽에서 첩보를 주면 받아서 수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반대 경우도 많다. 상호 간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최근엔 태국 마약 수사기관과도 공조하고 있다. 태국발 항공화물의 발송과정부터 최종 수취과정까지 함께 수사한 끝에 수령책은 물론 국내 공범까지 검거할 수 있었다.
Q : 앞으로 마약 수사 방향은
A : 마약범죄는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서울·인천·부산·광주에 특별수사팀이 생겼지만 모든 검찰청이 마약 수사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마약류가 담긴 우편화물이 발견됐는데 우편 수취지인 다른 지역으로 사건을 넘기자고 제안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한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국제 마약밀매 조직을 추적하는 데 전념할 수 있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지검도 공항세관과 연계해 마약 수사역량을 키우는 소득이 있었다. 지금 마약수사 범위는 크게 밀수사범, 다크웹 유통, 의료용 마약으로 분류돼 있다. 여기에 얽매이지 말고 틀을 다시 짜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판 DEA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는데 A : 마약 대응망이 촘촘해진다면 나쁠 건 없다. 하지만 기소까지 가능한 부서로 만들지 등에 대한 논의가 아직 없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관념적으로만 마약청 등을 만들겠다는 건 구체성 빠진 망상에 그칠 우려가 크다. 마약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계속 나오는데 현장에 대한 이해와 지원은 그에 못 미치고 있다. 일방적으로 수사, 예방책 등을 주문하기보단 여러 부서가 모여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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