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일본의 황금연휴 시작…'골든위크'가 뭐길래
인파 몰리고 집회도 이어져
직장인 여러분 숨통이 좀 트이시나요? 이제 다음주부터 노동절, 어린이날 등 연휴를 맞이하는 기간이죠. 아이가 있으신 분들은 어디로 놀러가야할지 걱정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주변에서도 일본 여행을 간다며 어디가 맛집인지, 어디서 놀아야하는지 질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질문을 받으면 "어디로 가느냐"를 꼭 되묻는데요, 다음주 황금연휴에 일본 방문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관광지나 식당 일정, 다시 한번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일본이 이 시기 대형 연휴로 부르는 '골든위크'에 접어들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29일자로 올해 골든위크가 시작됩니다. 골든위크는 4월 말에서 5월 초에 공휴일이 많이 겹치기 때문에 일주일에서 많게는 열흘까지 쉴 수 있는 기간을 뜻하는데요. 이 기간은 회사에서도 연휴 기간을 정해주기 때문에, 직장인에게도 짧은 방학이 주어지게 됩니다. 말 그대로 황금연휴죠. 이 때문에 골든위크의 영어 약자로 'GW'로 표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공영방송인 NHK에서는 골든위크를 공식 명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대형 연휴'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골든위크는 어떤 휴일로 구성돼있을까요? 골든위크는 4월 29일 '쇼와의 날'로 시작해, 5월 3일 '헌법기념일', 4일 '녹색의날', 5일 '어린이날'로 이어져있습니다.
먼저 쇼와의 날은 휴일이긴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날입니다. 일단 이 날은 일본 부흥기 쇼와 시대의 히로히토 천황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천황 탄생일인데, 천황제 국가 일본의 특성이 그대로 담긴 날이죠.
이 때문에 매년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지만, 반대 시위도 함께 열립니다. 일본에서도 천황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진보단체들이 이날 모여 쇼와의 날 반대 시위를 벌이는데, 시위 도중 보수단체와 충돌하는 일도 벌어지곤 합니다. 천황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바로 이 천황으로 비롯된 일본의 정치체제가 곧 보수적인 분위기와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도 오사카 등 다양한 곳에서 반대 시위가 열릴 예정입니다.
5월 3일 헌법기념일은 말 그대로 일본의 헌법이 제정된 날입니다. 물론 이 날도 도쿄 공원 등지에서 대규모 집회가 펼쳐집니다. 일본은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입니다. 이 때문에 헌법에서는 무력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정식 군 대신 자위대를 가지고 있는 이유기도 하죠. 이 때문에 일본의 보수파는 헌법을 개정해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우 미국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해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까지 고려하기도 했었는데요.
이 때문에 개헌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는 결국 다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며, 평화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헌법기념일도 이 때문에 쇼와의날처럼 개헌 저지 시위가 벌어집니다. 일본 언론도 이 시기 시위에 참가한 70~80대 분들을 많이 인터뷰하는데요, 이처럼 전쟁을 겪었던 세대들은 결국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개헌 위기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기 때문에, 아마 이번 헌법기념일 집회도 큰 규모로 치러질 것 같습니다.
5월 4일 녹색의 날은 말 그대로 자연을 아끼는 날입니다. 원래 녹색의 날은 4월 29일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쇼와의 날이었는데, 이후 축일법 개정으로 5월 4일로 옮겨지게 됐습니다. 녹색의 날이 된 이유는 당시 오부치 게이조 관방장관이 쇼와 천황이 생물학 연구자이기도 했고 자연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으니, 이와 관련된 이름을 짓자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천황제와 관련이 있는 휴일입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펄럭이는 잉어 깃발을 볼 수 있는 날입니다. 지금은 어린이날로 굳어졌지만 전통적으로는 잉어처럼 힘차게 뛰어오르라며 남자 아이를 위한 날이었는데요. 이른바 '고이노보리'가 있는 날입니다. 또 절기 상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단오기도 한데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다른 기사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에서는 황금연휴 대신 영어로 골든위크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유래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본 영화계에서 나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다른 하나는 라디오의 '골든 타임'에서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골든위크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 이 연휴에 상영된 영화가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때보다 많은 관객수를 끌어들인 것을 계기로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영화계에서 이 기간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골든위크'로 명명했다는 것인데요.
두번째 설은 이 황금연휴 기간 사람들이 교외로 많이 떠나 라디오 청취율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황금주간'으로 불렀었는데, 이것이 부르다보니 골든위크가 됐다는 것입니다. 물론 둘 다 근거가 남아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네요.
골든위크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알아봤는데요. 그렇다면 이 시기 왜 일본을 방문하는 분들은 신경을 좀 쓰셔야 하는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말 그대로 직장인부터 모두가 휴일에 들어가기 때문에, '갈 만한 장소'는 모두 사람이 붐비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도 '골든 위크에 가기 좋은 국내 여행지 5곳' 등이 골든위크 전부터 거론됩니다. 즉 내가 가는 곳은 일본 사람도 간다는 뜻입니다.
도로도 교외로 떠나는 인파들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요. 이 시기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시는 분은 시간표 확인 한번 더 하셔야 합니다. 골든위크 기간 시간 조정이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무정차하는 등 경로 변경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도심 집회가 벌어지기도 하고요. 여기에 가게 사장들도 쉬러 가기 때문에 관광명소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영업여부도 확인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골든위크 기간 도쿄 등 대도시에서는 여러 이벤트들이 펼쳐지기 때문에, 이는 볼거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골든위크는 일본의 큰 휴일이지만, 이 중 쇼와의날이나 헌법기념일 등에 벌어지는 시위는 사실 현재 개헌으로 무장하려는 보수와 개헌 저지로 맞서는 진보의 모습, 그리고 천황제 폐지와 군국주의의 잔재를 청산하려고 하는 변화를 볼 수 있는 때기도 합니다.
방문하시는 분들은 안전하게 방문하시고, 이런 이면의 의미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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