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동결’ 요청했지만…결국 4년제 대학 17곳 등록금 인상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에도 올해 4년제 대학 중 17곳이 등록금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로 인해 재정 위기에 내몰린 대학들이 정부 규제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등록금을 인상한 것이다.
등록금 인상 대학 ‘22년 6곳→23년 17곳’
올해 등록금을 올린 대학이 많아진 건 국립대인 교대가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국 10개 교대 중 서울교대와 공주교대를 제외한 8개교가 올해부터 일제히 등록금을 인상했다. 이 외에도 동아대, 세한대, 서울기독대 등 사립대 9개교도 등록금을 올렸다.
대학들은 고물가로 인한 재정 위기를 등록금 인상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등록금을 올린 A교대의 총무처장은 “등록금 수입 대부분이 강사료 등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지만 매년 임금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등록금은 물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동결 기조 속 계산기 두드리는 대학들
올해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을 각각 3.95%와 3.86% 인상하기로 한 동아대도 한계에 다다른 재정 위기로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대교협 정기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등록금 동결이 14년 동안 누적되다 보니 학교 재정이 거의 바닥났다”며 “학생들이 등록금 올리더라도 화장실 좀 고쳐달라고 할 정도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등록금을 올리면 한 50억 원 정도의 여유자금이 생기는데, 그로 인해 받지 못하게 될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액 20억 원 정도”라며 “(등록금 인상분으로) 장학금 재원을 마련해 학생들이 손해 보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아직 유감 표명에 그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등록금을 올리기로 한 대학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지난 2월 이 부총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감사드리며,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립대 등록금, 국·공립보다 336만원 비싸
올해 4년제 대학생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9만 5200원으로, 지난해보다 3만 1800원 증가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입학금이 전면 폐지되면서 입학금 실비용분이 등록금에 반영된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입학금의 산정 기준이 모호하고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2018년 국공립대학을 시작으로 올해 전 대학에서 입학금 징수를 폐지했다. 다만 입학금 중 실제로 입학 업무에 쓰는 비용(실비용)은 신입생 등록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했다.
4년제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757만 3700원으로, 국·공립대(420만 5600원)보다 336만 8100원 더 비쌌다. 사립과 국·공립대의 등록금 격차는 지난해 332만 8000원보다 약 4만원 더 벌어졌다. 수도권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766만 7800원, 비수도권은 624만 700원으로 집계됐다. 전문대는 132개교 중 114개교(86.4%)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전문대 대학생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12만 6300원으로, 지난해보다 12만 4500원 증가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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