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당·대 엇박자…콘트롤타워 안 보인다 [與 총선 위기론 ②]
김기현 "천원 학식"…국정철학과 합치 의문
'예타 완화' 연기엔 지자체장 반발 불러
김재원 설화에 지도부 난맥상 이어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한 지 50여 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통령실과 당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원활히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협의를 대폭 늘리며 정책 공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정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공유가 부족하다 보니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현안과 여론에 떠밀리듯 흘러가고 있다는 게 요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벌어진 대통령 인터뷰 오역 논란이다.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있던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100년 전 일 때문에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거나, 일본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어느 나라 대통령이기에 일본을 대변하느냐"며 비난이 나왔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대응 과정에서 "주어 생략"이라고 잘못된 주장을 펼쳐 논란만 확대했다는 점이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무조건 무릎을 꿇으라'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고, 당 지도부 인사들도 '야당의 오역'이라며 역공을 펼쳤었다.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WP 기자가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했고, 당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민경욱 국민의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은 역사문제와 관련해서 진취적인 사람인데 (당이) 그걸 못 쫓아가면서 오역이라고 하면 대통령 욕이나 먹게 하는 것"이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당에서 대통령의 뜻을 확인도 안하고 오역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과거 얘기를 하면 백 년이 가도 민주당 프레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며 당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한 바 있다.
김기현 대표가 취임 직후 '1000원 학식 확대'를 첫 과제로 꺼낸 것도 아쉽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설사 취지에 동의하더라도 상징성이 큰 당대표의 첫 민생 행보로 적절한지 의문이며, 국민의힘에 기대를 걸고 있는 청년들에게 호소력 있는 메시지도 될 수 없다는 점에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천원 학식을 확대해서 대학생이나 2030 청년들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찍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정말 큰 오산"이라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포퓰리즘을 배격하기 때문인데, 천원 학식은 되려 민주당 프레임만 더 강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김 대표가 '천원 학식 확대' 공약을 내놓자 민주당은 "환영한다"며 적극적으로 화답한 바 있다.
與, 국정철학과 비전 없이 파편적 대응
지지율 떨어지는데 대통령실 눈치만
여론의 비판에 밀려 예비타당성 기준 완화 법안을 연기한 것은 다른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여야는 지난 12일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서 만장일치로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원·국비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에 합의했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에 국민의힘이 물러나며 일단 연기된 상태다.
이같은 결정은 지자체장들의 반발을 불렀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예타 기준 완화가 필수적인데 여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예타 완화는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고 국토균형 발전을 기하자는 취지에서 필요하다"고 했고,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는 일부 비판에 보류시킨 결정이야말로 '선거용 포퓰리즘'적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의 난맥상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정책·정무 콘트롤타워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물론 이전 지도부와 비교했을 때 당정협의 횟수가 늘어나는 등 양적 공조는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정책의 우선순위와 메시지를 조율하고, 여론을 제대로 살펴 진퇴를 결정하는 기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요지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누구도 원인을 제대로 말하거나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고 있다"며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당이 정책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고, 필요하다면 여론의 반대가 있더라도 국민께 설명해 뚫고 나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내년 총선을 기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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