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중국의 정경분리는 허구일까

베이징=김현정 2023. 4.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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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번에도 또 그럴까요? 그때 같은 일은 이제 없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무역업을 하며 지낸 지 20년이 다 돼 간다는 사업가 A씨는 최근 중국의 외자 유치 정책을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관세청 격인 중국의 해관총서가 지난 25일 '한국에서 수입되는 화물 검사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지역 세관에 하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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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번에도 또 그럴까요? 그때 같은 일은 이제 없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무역업을 하며 지낸 지 20년이 다 돼 간다는 사업가 A씨는 최근 중국의 외자 유치 정책을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했다. 줄기차게 시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며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달라"는 권유를 듣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선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당시를 쉽게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주변인들이 하나둘 사업을 접고 동남아시아로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언젠간 좋아지겠지'하는 마음으로 버텼다는 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씨가 지내는 도시는 대표적인 국제 무역도시 중 하나로,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제로코로나 방역 상황에서도 상무 비자를 정상적으로 내어줬을 만큼 친화적 태도를 유지했던 곳이다. 적어도 이 정도 성의면 중국 경제가 되살아나는 현시점에서 사업 기회가 다시 올 수 있겠다는 기대도 크다. 익명을 요청한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정치와 경제를 이원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면서 "특히 각 지방에 보다 자율권을 주면서 공산당과는 다른 기조도 어느 정도는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 기업인 사이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우리나라의 관세청 격인 중국의 해관총서가 지난 25일 '한국에서 수입되는 화물 검사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지역 세관에 하달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와 주중 대사관은 "통관 관련 특이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를 사실상 부인했다. 소문의 발원지는 주중 기업인 정보 교류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같이 기회를 기다리는 사업가나 대규모 투자가 이미 이뤄진 기업들 입장에서는 가슴 철렁한 얘기다.

사실 여부를 떠나 최근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한 데 이어,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거쳐 "양 정상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중국은 '말참견을 불허한다', '불장난하면 불타 죽을 것'과 같은 격양된 반응을 쏟아냈다.

시기적으로 따졌을 때 중국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외교적 대응과 경제 정책을 이원화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작지는 않다. 2019년 수준을 초과 회복하고 있다지만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4.5%)은 연간 목표치(5.0% 안팎)에 못 미쳤다. 내수만으로는 원하는 시기에 경제 궤도를 제자리에 올려놓을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제사회의 일반적 흐름과 다른 길을 걸어왔던 중국의 경제 정책이 정치 이슈와 희비에 휘둘린다면 '개방'과 '투자유치'라는 중국의 구호에 앞으로 귀 기울일 나라는 없다. 시장에 최악은 '확실한 악재'보다 '불확실성'인 법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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