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정계복귀 기반 확보…비명계 결집 신호탄 [野 박광온 시대 ②]
'이재명 체제' 견제 위해 '새 인물론'도 등장
신간발표·싱크탱크 재개 등 이낙연 역할론
재부상…'비명계 재결집' 여부에 시선 집중
지난 28일 박광온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자마자 각 언론은 박 원내대표 앞에 '비명(비이재명)계'와 '친낙(친이낙연)계'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박 원내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았던데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홍근 전 원내대표와 '친명'대 '비명'의 구도를 형성해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던 만큼 어느 정도의 계파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듯 박 원내대표도 취임 일성으로 "우리 당 상황에서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당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원내지도부가 긴밀하게 원활하게 함께 일을 해낼 수 있는 좋은 관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로 오히려 향후 당내 계파 구도가 뚜렷하게 갈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유일한 '비명'계로 출마해 홍익표·김두관·박범계 의원을 일거에 꺾은 것이 비명계 결집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당내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단 얘기가 나온다. 이전까진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강한 야당이란 단일대오가 가능했다면, 이번 선거를 통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인해 불거진 현 당 지도부에 대한 불안감이 변화를 갈망하는 목소리로 바뀌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1차에서 박광온 의원이 과반을 넘긴 것만 봐도 당내에서 압도적인 변화의 기류는 분명하다"며 "원내대표라는 자리가 당의 전체적인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인 만큼 추후 어떤 메시지들을 내느냐가 당내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이 가까워지는데 살아남아야 하는 계파색 옅은 의원들이 '친명 일색'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대표를 향한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명계 원내대표에게 몰표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집력을 확인한 비명계의 향후 움직임 역시 당 안팎의 시선을 끄는 부분이다. 이 대표 체제에서 총선을 치르는 것이 불리하다는 판단이 이번 박 원내대표 선출로 이어진 만큼, 그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이낙연 전 대표의 오는 6월 완전 귀국이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단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장인상을 위해 잠시 귀국했을 당시에 설훈·윤영찬·오영환·이개호 등 의원들과 만찬을 하고, 친낙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측 관계자들과 회동을 하면서 최근 당의 행보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에는 이 전 대표 스스로가 페이스북에 "혼돈이 대전환기에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한 대외전략을 탐구했다"며 "대한민국은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설익고 즉흥적인 외교는 아슬아슬한 불안을 야기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이란 신간을 소개했다. 이를 놓고 귀국에 앞서 본격 몸풀기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또 친낙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다음달 1일 광주에서 극단적 진영 대결과 포퓰리즘 정치의 대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움을 개최하는 것도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풀이된다. 이번 토론은 윤석열정부의 불안한 외교노선과 더불어민주당의 일명 '돈봉투' 논란 등 부패 논란에 따른 국민 불신이 정치공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활동재개 시그널과 박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당내 비명계의 결집 가능성이 합쳐지면서 일각에선 '이낙연 역할론'을 중심으로 비명계가 뭉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남평오 연대와공생 운영위원장은 "박광온 의원이 원내대표로 뽑혔다는 것 자체가 민주당 내에서 변화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힘이 아닐까 싶다"며 "이낙연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지도 않았고, 귀국 후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갈 예정인 만큼, 미국에서 공부했던 내용을 국내에 적용해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비명계와 중립 의원들의 결집력이 확인된 만큼 향후 더 큰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도 "이낙연 전 대표가 구심점으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해 보이는 만큼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교수는 "총선에서 이재명 체제가 위험하다는 이유에서 몰표가 나왔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목적은 총선 전까지 당과 관련한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될 것인 만큼 조용하게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당장 이낙연 전 대표를 위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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