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반복되는 표절 의혹에 멍드는 케이팝 [기자수첩-연예]

류지윤 2023. 4.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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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정리해 발표 예정"

'K팝 사상 최단 기간 빌보드 입성', '중소의 기적' 등의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지닌 피프티피프티 활약에 제동이 걸렸다. 튀르계 가수 Evrencan Gündüz가 피프티피프티의 데뷔곡 '큐피드'가 자신의 곡과 유사하다고 직접 의혹을 제기했다.



Evrencan Gündüz가 '큐피드'와 유사하다고 지적한 곡은 2017년 발표한 'Sen Askimizdan'이다. Evrencan Gündüz는 26일 SNS를 통해 "피프티피프티가 엄청난 노래를 만들었다. 함께 들어보자. 하지만 어딘가 익숙하게 들린다"라면서 '큐피드'의 듣는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후 그는 '큐피드'가 'Sen Askimizdan'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자 노래를 따라 부른다.


'큐피드'는 SIAHN(안성일)을 프로듀서로 작곡가 AHIN, 키나, Adam Von Mentzer, Mac Felländer-Tsai, Louise Udin이 함께 만든 곡이다. 어트랙트 측은 "표절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원작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듣는 사람에 따라 "표절이다", "흔히 쓰이는 멜로디"라는 의견을 나누어져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가수가 직접 표절 의혹을 제기한 만큼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피프티피프티는 데뷔 123일 만에 빌보드 핫 100에 입성한 그룹이다. 한국 가요계 역사상 최단 기록이자, 국내 대형 소속사 그룹들이 전폭적인 프로모션과 팬덤 없이 빌보드에 오른 피프티피프티의 행보는 확실히 주목할 만한 성과다.


빌보드에서 케이팝을 '팬덤 장사'라고 격하시키거나 견제하는 시선이 암암리에 있는 가운데 신인그룹 피프티피프티가 혜성같이 등장해 오직 노래 하나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을 사로잡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던 상황 속에 벌어진 표절 의혹은 아쉬움을 더한다. 노래 표절과 관련 저작권 소송이 발달한 해외에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통 많은 작곡가, 편곡가, 제작자 및 음악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소송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표절에 관련한 뚜렷한 제도나 법적 해석이 미비해 표절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음악 산업 내에서 표절은 윤리적인 문제로 다뤄진다. 대체로 다른 곡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곡을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만, 다른 곡의 적절한 인용과 창조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다른 곡의 구절이나 멜로디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거나, 기존 곡의 적절한 인용 없이 새로운 곡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경우 대중의 질타를 피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표절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한 유희열이다. 지난해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이 고인이 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무의식 중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유희열이 다른 곡들도 사카모토 류이치 곡들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했다.


아직 명확하게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피프티피프티의 사태는 케이팝의 위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의혹'만으로도 케이팝이 한 카테고리로 묶어 폄하 되기 때문에 견제해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 피프티피프티 측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다.


표절 의혹과, 입장 발표를 예고한 이후, 29일 "피프티피프티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 18위로 진입하며 '기록돌'의 명성을 또 한 번 빛냈다"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큐피드' 기록은 블랙핑크가 세운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의 20위를 넘어선 케이팝 걸그룹의 최고 기록이라고 강조돼 있다. 현재 피프티피프티가 강조해야 할 '블랙핑크를 이겼다'라는 기록이 옳은 걸까. 이 사태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록 알리기에 급한 인상이다.


업계의 많은 눈과 귀들이 지켜보고 있다. 표절 논란을 해프닝으로 넘기고 싶다면 납득할 만한 근거와 상황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피프티피프티의 기록행진은 이후에 박수 받아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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