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프로듀서 접고 가수됐다…'그 좋다는 하이브' 나온 이유

황지영 2023. 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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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라는 2016년 빅히트 입사 당시 사내 첫 여성 프로듀서로 주목받았다. 사진 오라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 프로듀서’.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탐나는 이름이겠지만, 아도라(ADORA·박수현·26)에겐 내려놓고 싶은 자리다. 동시에 이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해내야만 한다는 숙제 같다. 아도라는 2016년 프로듀서 오디션을 통해 빅히트(현 하이브)에 입사해 ‘봄날’ ‘낫투데이’(Not Today) ‘치킨 누들 수프’(Chicken Noodle Soup) 등의 곡 작업에 참여했다. 그러던 2021년, 어릴 적 꿈인 가수로 전업했다.

아도라를 만나 ‘그 좋은 하이브’를 나와 가수 홀로서기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아티스트와 일하면서 점점 크리에이티브 한 면을 제공하지 못하고 단순 업무만 하는 것 같아 자존감이 떨어지더라”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거저 얻은 명예’라는 자기 의심도 한몫했다.

다행히 숙제할 시간은 많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영국 음악 전문 잡지 NME가 선정한 신예 아티스트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아도라는 “NME에서 트로피도 보내줬다. ‘너 이제 열심히 해봐’ 이렇게 격려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Q : 가수 데뷔하고 자작곡이 없어 의외다.
A :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제작을 해주셨다. 나도 이렇게 앨범 작업 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써둔 곡이 있기도 해서 회사와 티격태격하는 과정을 겪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속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회사 입장에선 솔로 아티스트가 처음이고, 내가 (당시) 유일한 아티스트이다보니 중요하게 준비했을 거다. 또 큰 프로덕션이 붙어서 함께 하는 앨범이라 만족도도 높았다. 지금 보면 모든 과정이 이해된다.

Q : 만족한 부분은.
A : 내가 만들었으면 안 했을 법한 음악들이 많다. 오히려 앞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미니앨범 타이틀곡 ‘매지컬 심포니’(Magical Symphony) 작사에 참여하긴 했지만, 멜로디가 의외였다. 엄청 밝고 발랄한 곡인데 이런 노래를 내가 부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수록곡 ‘별 하나’는 발라드 장르다. 발라드도 많이 불러보지 않았고 작업해 본 적도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하게 됐다. ‘별 하나’는 들을수록 정말 좋다. 혼자 앨범 작업을 했다면 이 좋은 곡을 부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Q : 건강은 어떤가.
A : 갑상선암 수술 후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 스물셋에 암 진단을 받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건강검진을 계속 받으며 운동도 시작했다. 유산소, 근력 운동을 하면서 팬카페에 인바디를 공유했다. 팬들에게 다짐하는 의미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운동하게 된다.

Q : 빅히트에선 첫 여성 프로듀서, 오라엔터테인먼트에선 첫 솔로 아티스트다.
“첫 솔로 아티스트기도 하고 내가 가수 데뷔할 당시에는 내가 유일한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전사가 집중해주시는 느낌을 받았다. 많이 대접받고 좋았다. ‘다 나를 위해 일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전 빅히트 때는 혼자 여자 프로듀서라서 많이 배려해주시고 불편하진 않을까 챙겨주셨다. 두 회사에서 정말 많은 배려 받았다.”

프로듀서 출신 가수 아도라는 그룹 하이라이트의 오랜 팬이다. 하이라이트가 본인 노래 불러주는 날이 온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소녀팬 미소를 지었다. 사진 오라엔터테인먼트 제공

Q : 운이 좋은 편인가.
A : 맞다. 항상 운이 좋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은 가진 거나 노력한 것에 비해서 더 좋은 결과나 환경이 좀 더 주어졌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아도라는 노래·춤·작사·작곡 다 되는 팔방미인이다. 여자친구 은하가 피처링한 댄스곡 ‘메이크 유 댄스’(MAKE U DANCE)로 데뷔했고, 최신곡 ‘매지컬 심포니’에선 뮤지컬 같은 퍼포먼스로 표정 연기까지 선보였다.

Q : 가수 데뷔하며 조언해준 사람은.
A : 여자친구 은하가 피처링을 도와줘서 고마웠다. 그렇다고 가수로서 조언은 없었다. 그냥 주변에서 ‘쉽지 않지’ 이런 느낌으로 위로해주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주고 격려해준다.

Q : 가수를 해보니 힘든 부분이 있다면.
A : 늘 행복할 수는 없더라. 풀이 죽어 있으면 주변에서 딱 알아본다. 보통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엠넷 ‘아티스탁 게임’에 함께 출연한 가수 시도(Xydo)와 고민을 나눈 적이 있다. 시도가 아티스트로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했는데 나와 똑같은 고민이었다. 그 고민을 공유하는 자체로 힘이 됐다.

Q : 후회한 적도 있나.
A : 원래 가수가 꿈이라 중학교 때 연습생 생활을 꽤 여러 곳에서 했다. 빅히트 프로듀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하긴 했지만, 마음에 가수의 꿈이 계속 남아있었던 것 같다. 수술하고 병원에 있으면서 가수 데뷔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후회한 적은 없다. 막막할 때는 있다. 먹는 행복이 큰 스타일인데 가수를 하려니 살을 많이 빼야 한다. 키도 작고 체구도 작은 편이라 조금만 살이 있어도 카메라 앞에서 ‘부하게’ 나오더라.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라는 게 어려운 일이구나 깨닫고 있다.

Q : 고민은 주로 누구와 나누나.
A : 회사에 친한 언니가 가수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엠넷 ‘프로듀스101’ 나온 이해인이라고, 지금은 회사에서 비주얼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있다. 전반적인 활동에 있어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Q : 아이브 ‘러브다이브’·‘애프터라이크’ 등에 노랫말을 쓴 서지음 작사가 은인이라던데.
A : 소위 말하는 천사 같은 느낌의 사람이다. 나도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인데 나보다 더 심한 사람이라 신기하다. 그러면서도 지음 언니 커리어나 명성을 보면 ‘생각보다 단단한 내면이 있구나’ 싶다. 겉으로는 뭔가 사람이 물렁물렁 말랑말랑하다. 그런 느낌이 멋있고 닮고 싶은 언니다. 신기했던 게 지음 언니를 해인 언니를 통해서 만났다. 셋이 만난 자리에서 해인 언니가 ‘이 친구 작업실이 없다’고 했더니, 지음 언니가 ‘우리 사무실에 남는 작업실 하나 있으니까 쓰라’고 제안을 주시면서 연이 이어졌다. 사실 엄청 감사한 인연, 귀인이다. 가수 데뷔하고 첫 콘텐트였던 딩고와의 촬영도 지음 언니가 소개해주셔서 하게 됐다.

Q : 딩고에 슬로우래빗·피독(둘 다 빅히트 프로듀서)가 출연해 팬심 가득한 ‘삼촌’의 모습을 보여줬더라.
A : 얼굴에 철판 깔고 슬로우래빗 PD님한테 연락했다. 영상통화, 영상편지라도 해줄 수 있느냐고 부탁드렸는데 너무 좋다고 하시면서 피독 PD님까지 나와주셨다. 너무 감사했고 덕분에 나도 재미있게 봤다.”

아도라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는 다양한 취미 발굴이다. 피겨스케이팅도 하고 요트 자격증도 보유했다. 사진 오라엔터테인먼트 제공

Q : 프로듀서팀 사이가 돈독했나 보다.
A : 방시혁 의장님도 프로듀서셨다 보니 우리를 조금 더 동생처럼 대해주고 밥도 많이 먹었다. 단체로 회식하는 자리는 보통 시혁님 생일이거나 피독님 생일이거나 그랬다. 같이 식사하고 술 한잔하고 하는 자리였다. 맛있는 걸 정말 많이 먹었다. 그 전까지는 대충 배만 채우면 되는거지 했는데 시혁님을 만난 후 미식 세계에 눈을 떴다. 코스 요리 같은, 내 나이에 접해보기 힘든 음식점도 가봤다. 그때 10kg 정도 쪘다.

Q : 분위기 좋은 회사였는데 왜 나왔나.
A : 빅히트에 있을 때는 담당했던 아티스트가 너무 크기도 하고(당시엔 방탄소년단만 있었다.) 전 세계 작곡가가 데모를 보내오는데, 그 안에서 내가 제 몫을 찾아내야 했다. 잘하고는 싶은데 막상 곡이 나오면 점점 내가 해내는 지분이 적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또 일은 더 많아졌다. 크리에이티브한 면을 제공하지 못하고 단순 업무만 본다는 느낌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자괴감도 컸다.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가수가 있고, 그들이 곡을 너무 잘 쓰지 않나. 곡 작업하는 입장에선 다 경쟁자였다. 그런 싸워야 하는 환경에서 자꾸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한계를 많이 느꼈다. 혼자 갇혀있다가 보니 암울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Q :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나.
A : 암울했던 시기에 집 청소를 하면서 옛날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 일기장에는 ‘유명한 가수의 곡 쓰기’ ‘그 곡으로 차트 1위 하기’ ‘빌보드에 노래 올리기’ 등 정말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현실이 됐다. 하나 안 이뤄진 것이 있는데, 살빼기다. 그거 하나 빼고 다 이뤘음에도 우울하고 슬픈 내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요즘엔 목표에 ‘행복하기’를 포함했다. 큰 목표를 이루는 것도 좋지만 지금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그런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척하다 보니 긍정적인 사람이 됐다.

Q : 요즘은 ‘자체 제작 능력을 갖춘’ 아이돌이 당연해졌다.
A : 빅히트에서 느낀 점이 많다. 아티스트들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역할을 스스로 하고 있다. 물론 디테일한 품질 향상 작업은 회사에서 분담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다들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이 됐다.

Q : 가수로서 꿈이 있다면.
A : 작곡가로서는 감사하게도 큰 회사에서 큰 아티스트를 담당했기에 나름 명예를 거저 얻었다. 가수로서는 이제 시작한 단계지만, 목표를 크게 잡고 있다. 제3자가 나를 보고 곡을 써주면 좋겠다. 내가 해석하는 아도라와 다른 사람이 해석하는 아도라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보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아티스트로서 커리어도 만들어야하고, 데이터를 쌓아야 할 것이다. 롤모델은 악뮤(AKMU)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본인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담아 스테디셀러 노래를 내고 싶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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