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때문이라더니"… 후방센서 차별에 뿔난 트·블 차주들

편은지 2023. 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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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후방센서 옵션 삭제… "돈줘도 못달아"
작년 선출고 차량도 올해 7월부터 추가 장착 안내
올해 출시한 트랙스는 후방센서 정상적으로 장착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 ⓒ쉐보레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 후방센서는 구매자가 알아서 비(非)정품으로 달아야한다고 하더니, 트랙스는 후방센서가 잘만 장착돼서 나오더라고요.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한 저희도 같은 고객인데.. 반도체 수급 때문이라는 말도 못 믿겠습니다. "


올해 2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한 A씨의 말이다. A씨는 구매 당시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 후방센서가 옵션에서 아예 제외됐다는 안내를 받고 비정품 업체에서 사비로 시공을 했다. A씨가 차를 구매한 지 한달 뒤 출시된 쉐보레 트랙스에는 후방센서가 기본 옵션으로 적용됐다.


쉐보레 트랙스로 모처럼 흥행 중인 한국GM이 원조 효자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한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내내 반도체 수급난을 이유로 트레일블레이저에 후방센서옵션을 제외시켰는데, 정작 지난달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엔 버젓이 후방센서가 장착된 채 출고되고 있어서다.


28일 쉐보레 영업점에 따르면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생산된 차량부터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이 옵션에서 제외됐다. 정품 후방센서를 장착하고 싶어도 옵션에서 제외되면서 아예 장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쉐보레는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해당 옵션이 필요할 경우 비정품으로 사비를 들여 시공해야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주차시 물체를 감지하는 경고센서로, 최근 출시되는 경차에서도 적용되지 않은 차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기본 안전 옵션으로 꼽힌다. 이 센서가 빠진 차량은 주차시 후방 카메라 기능만 지원한다.


지난해 구매자들에게는 반도체 수급이 완화되면 향후 무상으로 장착해주겠다고 했지만, 이를 받지 못한 소비자도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쉐보레가 약속한 무상 장착 시기가 지난해 말에서 해를 넘겨 올해 하반기까지 미뤄지면서다.


쉐보레 영업점 관계자는 "작년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한 고객들은 반도체 수급이 완화되면 무상 장착 해주는 조건으로 선 출고를 했지만 올해 생산된 차량부터는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이 옵션에서 삭제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다"며 "필요한 경우 외부 업체에서 사비로 추가 장착 해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수급난이야 전 세계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지난해 모두 영향을 받은 문제였다지만, 문제는 이번달부터 심화됐다. 지난달 출시한 신차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에는 후방 센서가 버젓이 달린 채 출고되면서다.


실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역시 출시 전 테스트 차량에 후방센서가 빠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후방센서 없이 출시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이후 한국GM측은 "센서가 정상적으로 장착된다"고 공식 발표하며 이를 빠르게 잠재웠다. 출시 전부터 불거진 부정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해와 올해 반도체난을 이유로 후방센서가 미장착된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참았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이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 중 일부는 후방센서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 중재신청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반도체를 핑계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추가 장착 시기를 미뤘다. 트레일 블레이저 고객들이 받았어야 할 후방센서를 여론을 의식해 트랙스에 먼저 장착시킨 것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며 "동호회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중재신청을 하자는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같은 한국GM의 후방센서 관련 정책은 트레일블레이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올해 6월 경 출시를 앞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출시 전 기존 모델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차량 가격을 크게 할인하면서 지난해 내내 문제를 야기한 후방센서를 옵션에서 아예 제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쉐보레는 지난달부터 트레일블레이저를 최대 300만원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쉐보레 영업점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페이스리프트가 나오고 나면 후방센서가 장착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후방센서가 작지만 편리한 옵션이다보니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어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는 제외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후방 센서가 없어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이 늘자 한 대라도 더 팔아야하는 쉐보레 딜러들 역시 난감해진 상황이다. 통상 블랙박스와 틴팅을 서비스로 제공해왔지만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엔 후방센서까지 추가 시공해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후방센서가 없다는 사실을 따로 고지하지 않는 딜러가 늘면서 이 사실을 모르고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생겨나고 있어서다.


쉐보레 딜러인 강정호(가명)씨는 "보통 차를 한 대 팔면 3% 정도 인센티브가 남는데, 그 인센티브의 일부로 고객들에게 틴팅, 블랙박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를 다 해주고 남는 금액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트레일블레이저 구매 고객들은 블랙박스, 틴팅과 후방센서 시공까지 함께 서비스해달라고 하는 고객들이 많아 후방센서가 없다고 말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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