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스코트 ‘꿍미니’ 원작자 만나다 [별별인턴]
국민일보 인턴 선배와의 인터뷰
“근데 이건 귤이야, 감이야?”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피드를 들여다보던 인턴기자 정모씨(23·여)는 문득 궁금해졌다. 아까부터 눈에 밟히는 저 노란 캐릭터는 대체 뭘까. 새로 올린 게시물 수가 많지 않아 예전에 업로드됐던 게시물을 피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중 대부분의 게시물에서 볼 수 있는 이 녀석.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꿍한 표정. 귤 같기도, 감 같기도 한 먹음직스러운 몽타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꿍미니’라는 이름의 캐릭터는 본인을 국민일보 인턴기자라고 소개한다. 한결같이 꿍한 표정으로 뉴스를 알려주는 새침함이 매력 포인트. 정씨는 이 앙증맞은 캐릭터가 국민일보에서 근무했던 인턴기자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달 만에 SNS운영의 어려움을 체감한 정씨는 긴 시간 인스타그램을 지켰다는 인턴기자가 궁금해졌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척하고, 정씨와 같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슬기롭게 헤쳐나간 선배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다. 정씨는 그를 만나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부서 선배에게 연락처를 전해 받아 연락을 시도한 끝에 꿍미니 운영자와 연락이 닿았다.
2020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국민일보 인턴기자로 근무한 변정연씨(29·여). 인스타그램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냐는 정씨의 물음에 “2030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가 인스타그램이니만큼 인스타그램에서 콘텐츠를 만든다면 젊은 층에 다가가기에 유리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정씨 또한 비슷한 생각에서 인스타그램을 재개했다. 정씨는 ‘젊은 인턴기자들이라면 모두 언론사의 인스타 개설을 필수로 여기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채널을 직접 개설했다가 자연스레 운영까지 맡게 되었다는 변씨.
이어 가장 궁금했던 꿍미니 탄생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변씨는 꿍미니의 모티브가 EBS 공식 마스코트 ‘펭수’라고 전했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EBS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된 펭수처럼 우리 회사도 대표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국민일보 BI컬러를 살리면서 활용도가 높은 캐릭터를 떠올리다 ‘단감’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꿍미니의 표정이 꿍해 보이는 이유는 정의롭지 못한 일들에 항상 화가 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야 정씨의 의문이 풀렸다. 과일을 묘사한 외형에도, 불편한 표정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
정씨가 처음 꿍미니 계정을 넘겨받았을 때 팔로워는 510명. 언론사 공식 계정치고 많은 숫자는 아니라 생각했지만, 직접 운영하며 팔로워 한명 한명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정씨는 5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변씨는 “팔로워가 크게 늘었던 시기가 있었다”며 “N번방 관련 콘텐츠를 만들 때 제작자이기에 앞서 해당 사건에 진심으로 분노했다. 그 분노를 차분하게 표현하려 했지만 잘 안됐는데, 오히려 여실히 드러난 분노에 사용자들이 많이 공감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해당 콘텐츠가 다른 SNS에 바이럴된 덕분에 새로고침할 때마다 팔로워가 늘어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실제로 2020년에 업로드된 N번방 관련 콘텐츠들은 다른 게시물에 비해 유난히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제작자의 감정이 강하게 느껴지는 멘트가 눈에 들어온다. 정씨는 전 국민이 분노한 사건을 두고 언론사가 적극적으로 행동을 촉구한 부분이 사용자의 심금을 울렸으리라 추측했다. 피드를 새로고침할 때마다 팔로워가 늘다니. 지금의 정씨로서는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희망도 봤다. 잘 만든 하나의 콘텐츠가 폭발적인 팔로워 증가를 가져왔다는 답변을 들은 정씨는 인스타 계정의 성장이 계단식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그중 하나라도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당장 반응이 없다 해서 업로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
영광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콘텐츠 제작에 신경 쓰이는 부분도 많았다는데. 변씨는 “언론사 공식 SNS다 보니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뒀다. 다만 꿍미니라는 분노하는 캐릭터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려니 종종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는데, 표현이 적정 수위를 넘어가지 않게 강약을 조절하는 데 힘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변씨는 퇴사 2년이 지난 지금도 옛 꿍미니 계정이자 현 국민일보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만든 애착 있는 계정이라 늘 주시하고 있다는 그에게 현재 운영 상황에 대한 감상과 충고를 들었다.
“새로운 걸 많이 시도해봤으면 좋겠어요. 자유롭게!”
변씨가 생각한 현재 계정의 약점은 새로움이었다. 그는 “지금 업로드 되는 콘텐츠들은 유머페이지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으니, 언론사 타이틀을 달고 SNS를 운영한다면 그것들과 차이점이 필요하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정씨 역시 고민하던 부분이었다. 정씨는 기사를 재가공하는 것을 넘어 우리만의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올려 다른 유머 계정과 차별성을 둬야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일보를 거쳐 간 인턴 선배로서의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변씨는 “인턴으로 있을 때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없다는 걸 염두에 두고 동기나 선배들과 협업도 해보고 기획안도 써보라”는 응원을 덧붙였다. 든든한 조언에 힘을 얻은 정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꿍미니를 다시 한번 들여다 봤다. 이 작고 귀여운 캐릭터 안에 누군가의 열정과 고민과 정성이 모두 서려 있다. 표정 풀어, 꼭 다시 살려 줄게. 각오를 다져본다.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아이디 @kukminilbo_official
정고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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