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SKY, 사수는 그냥 ‘인서울’...학벌 알고 나니 일을 같이 못하겠어요 [오늘도 출근, K직딩 이야기]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4. 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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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과 실무 능력을 둘러싸고 직장인들 사이 논의가 오간다. (매경DB)
# 국내 한 정유사에 다니는 A씨는 입사 이후 사수에게 혼나가며 일을 배웠다. 사수는 엄격했지만, 일처리가 빨랐고 업무 방식도 잘 알려줬다. 나름 사수에게 만족하며 다니던 A씨는 최근 ‘인사기록카드’를 보고 멈칫했다. 사수의 학벌을 본 것이다. 명문대를 나온 A씨와 달리 사수는 평범한 대학을 나왔다. 그 이후 A씨는 사수의 지시가 내려와도 의욕이 나지 않는다. 자신보다 모자란 사람이 내리는 지시라고 편견이 쓰여서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도저히 사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름 고민이라고 생각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렸다. 해결책을 원한 A씨의 기대와 달리 비판과 비난이 쏟아졌고, A씨는 결국 글을 삭제했다.

최근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이 화제를 모았다. 국내 명문대를 나온 글쓴이가 평범한 대학을 나온 사수의 지시가 도저히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글이었다. 해당 게시글은 온갖 비난을 받았고, 결국 글은 삭제됐다.

학벌과 실무 능력 사이의 간극은 직장인 사이에서 오랫동안 논란을 불러온 주제다. 학벌은 인재의 객관적인 능력을 어느 정도 보장해준다. 그러나 소위 ‘일머리’라 불리는 업무 능력이 뛰어난지는 학벌로만은 알 수 없다. 명문대를 나와도 회사에 적응 못해 헤매는 직장인이 있는가 하면, 대학은 좋지 않아도 실무에서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사례도 적잖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런 간극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용 때 내는 일부 서류와 면접만으로는 인재의 업무 능력을 모두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그나마 객관적인 스펙으로 인재를 평가해야 한다. 학벌과 학점, 각종 자격증이 여전히 채용 시장에서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HR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기업 290개사를 대상으로 ‘학벌이 채용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영향이 있다는 응답이 42.8% 였다. 2020년 실시한 조사(53.5%)보다 10.7%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학벌’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기업이 선호하는 학벌은 ‘서울대 등 서울 소재 상위 10위권 대학(51.6%,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50%)’이 바로 뒤를 이었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학벌이 좋다는 뜻은, 기본적으로 공부머리가 있고, 성실한 인재라는 것이다. 물론 100% 맞지는 않지만 학벌 좋은 인재가 상대적으로 능력이 좋은 인재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업에 일하는 종사자들은 인사 담당자들과는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입사 후에도 학벌이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26.2%였다. 좋은 학벌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주요 부서, 프로젝트 등 배치(46.1%,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반면 학벌이 직장 내 개인의 성취와 연관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들(214명)은 그 이유로 ‘업무 능력과 학벌은 별개 문제여서(72%,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입사 후 가장 쓸모없는 스펙으로 직장인들 다수가 ‘학벌’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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