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빈집 문제도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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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주 기자]
▲ 공터로 변한 집 터. 지금은 관리가 이뤄진 상태로 쓰레기 대신 건축 자재가 놓였다. |
ⓒ 노은주 |
"아, 정말 돈만 있으면 저 집을 사버리고 싶어."
"집을 사서 뭐 하게요?"
"주차장으로라도 써야지."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대략 9년여 전부터 광주 동구의 그 집을 지날 때마다 남편과 나의 마음은 심란했었다. 혼자 사시던 할머니가 이사를 가고 집이 빌 때만 해도 누군가 이사 오거나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설 줄 알았다. 그런데 집은 수년 째 방치됐고, 어느 순간 마을의 흉물로 변해갔다.
6~7년간 빈집은 계속 도심 한가운데서 처치 곤란한 골칫덩이가 돼 을씨년스럽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노려봤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지나쳐 가면 그만이었다. 매일 그런 집과 대치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과는 달랐던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은 귀신이 사는 것처럼 음산했다. 낮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을 것 같았고, 밤에는 누군가 몰래 숨어들 것 같았다. 그런 집이 우리 집 뒤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속상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가만히 있던 집이 한순간에 위험에 노출돼 버렸다.
그런데 우리 집보다 더 심각한 곳은 빈집과 대문을 나란히 하고 있는 그 옆집들이었다. 우리야 당장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그 집을 봐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시골에 빈집들이 늘어난다고 했을 때는 그런가 보다 남의 집 불구경하듯 했는데, 막상 그런 일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니 찜찜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흉물은 내 집 앞도, 옆도, 심지어 뒤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기심으로 시청이나 구청에 민원을 넣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3년여 전, 집 뒤쪽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기계음이 들렸다.
빈집이 부서지고 있었다. '드디어 저 집도 쓸모를 갖는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사가 끝나고 잔해가 치워진 자리를 보니 앞니가 빠진 것처럼 휑했다. 하지만 깔끔한 것이 보기에 좋았다. 무슨 건물이 들어설까 설렘 반, 호기심 반으로 자꾸 그곳을 응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빈 터에 자갈이 깔렸다. 그리고... 건물은 지어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에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인다'는 말이 있다. 나쁜 상황을 피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나쁜 상황으로 내몰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빈집 문제가 딱 그 꼴이었다. 빈집이 공터가 되면서 해결되리라 믿었던 문제는 더 큰 문제로 발전하고 말았다. 누군가 빈 터에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쓰레기는 깨진 유리창이론을 증명이라도 하듯 점점 더 높게 쌓여갔다. 순식간에 공터 입구는 쓰레기 수거장이 됐다. 분리도 하지 않은 쓰레기들이 모이는 잡동사니 수거장이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여름이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풀들이 사람 키만큼이나 자라나 수풀을 이뤘다. 누가 숨어도 모를 판이었다.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가 손에 잡히는 대로 쭉쭉 뽑아버리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그곳은 엄연히 주인이 존재하는 사유지였다. 나는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정의'로울 자신이 없었다. 집 터는 2년여간 쓰레기장 혹은 잡동사니 수거장 상태로 있었다.
2023년 현재는 조금 나아졌다. 누군가 집 터를 빌려 잡동사니를 치우고 건축자재를 쌓아놓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결혼 후 계속 이곳에서 살았다. 20년이 넘었다. 남편은 40년을 넘게 살고 있다. 단독주택이 좋아 아파트에선 절대 살 수 없다고 말하는 남편은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속상하다. 편하고 안전한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데도 굳이 단독주택을 고집하는 것은 단독주택의 이로움을 즐기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과 밀착된 집에 대한 의리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단독주택마니아마저 단독주택을 외면한다면 아파트화 되고 있는 사회에서 단독주택은 더이상 발을 딛고 살아남기가 힘들 것이다. 단독주택의 안정성과 편의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주택을 투자 가치로 여기지 않고, 삶의 터전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공터는 할머니의 사유지다. 할머니의 결정이 있지 않는 한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렇더라도 지자체는 빈집의 현황을 파악하고, 근처에 CC-TV를 설치하는 등의 최소한의 노력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길거리나 남의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가 양심을 버리는 일임을 기억하고, 준법 정신을 지켜내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이것이 문화시민으로서 이 사회의 일원이 되는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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