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글쓰기] 나를 위한 글쓰기가 이젠 세상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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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호 기자]
▲ 생애 첫 북토크를 하다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 출간 후 첫 북토크를 하였다. |
ⓒ 신재호 |
생애 첫 북토크를 하다
지난 15일 북토크를 했다. 최근에 출간한 <아빠의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을 알리고 싶다는 출판사의 권유였다. 모집 동안 마음이 초조했다. 혹여나 사람들이 모이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었다. 다행히 계획했던 인원이 모두 채워졌다.
당일,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북토크가 열리는 공간에 가서 준비했다. 나름대로 강의 경력이 오래됐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떨렸다. 드디어 처음 참가자가 왔다. 출판사 대표님이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포항이라고 했다. 그 먼 곳에서 독서 모임 법을 배우러 왔다니. 감사하면서도 부담이 되었다. 그분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나라도 더 알려주어야겠다는 마음속 다짐을 했다.
참가자가 모두 모였고, 정시에 북토크는 시작됐다. 그리 더운 날씨도 아님에도 초반에 땀이 많이 났다. 그만큼 긴장됐다는 의미였다. 에어컨을 켜고 몸 안의 더위를 식혔다.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 역시도 서서히 몸이 풀렸다. 간간이 농담을 섞어 참가자의 웃음을 유도했고 한결 편한 분위기에서 북토크가 이어졌다.
가족 독서모임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독서모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수 요소들, 책 선정 방법,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까지 4년간의 비법을 모두 쏟아냈다. 계획했던 시간이 지났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 저자사인 북토크를 마치고 저자 사인회를 가졌다. 가정 안에 가족 독서모임이 꽃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
ⓒ 신재호 |
나로 향한 글쓰기가 세상으로 향하다
처음 출간 제의받고 대표님은 책을 읽고 실제 가정에서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도록 자세히 글을 써주길 바랐다. 그전까지 글쓰기란 오롯이 나를 향해 있었다. 처음 글을 썼을 때, 마치 상담을 받는 듯 위로를 받았고, 그때부터 중년의 헛헛한 마음을 글로 달랬다. 그런데 대표님은 글이 나를 넘어 밖으로 향하길 바랐다. 편집과정에서 수정의 수정을 거쳤다. 가족 독서모임에서 나눴던 대화까지도 상세하게 기록했고, 적용할 수 있는 팁도 부록으로 수록했다.
책이 세상에 나오고 그 영향을 피부로 체감하는 요즘이다. 참여하고 있는 매일 글쓰기 모임에서도 온라인으로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에 관해서 강의했었는데, 최근에 멤버들 중 벌써 세 가정에서 가족 독서모임을 시작했다고 알려왔다. 그 소식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강의를 듣고 용기를 냈다는데 나는 카톡에 온갖 수식어와 이모티콘을 동원해서 힘찬 응원을 보냈다.
가족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한 분도 있었는데, 글을 읽으며 내가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한 생각도 떠오르며 그 가정에서 이제 막 싹이 피는 모습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가정을 통해서 또 다른 가정이 시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과정 중에 힘듦이 찾아오겠지만 이겨내고 꾸준히 이어 나가길 바랐다.
얼마 전엔 지역 도서관에서 연락이 와서 '가족 독서모임을 만드는 법'을 주제로 초등 자녀를 둔 학부모 대상으로 강의 요청이 왔다. 사서 분께서 내 책을 읽고 독서모임이 아이들의 문해력을 향상하고, 가족 간의 소통에도 좋을 것 같아 제안하게 됐다고 했다. 강의 계획서를 제출하고 조만간 강의 날짜를 잡기로 했다.
잡지사에서도 메일로 제안이 왔다. 6월 중에 독서모임을 테마로 기획 글을 준비 중인데 '가족 독서모임'을 한 꼭지로 넣고 싶다고 했다. 편집자분 역시 내 책을 읽었고, 글이 실리면 많은 가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직접 연락까지 주셔서 꼭 수락해주길 바랐다. 원고 마감 기안이 촉박해서 살짝 고민했지만 좋은 일이기에 하겠다고 답을 했다. 회사 일로 바쁜 시기이지만, 내 글이 어느 곳에 닿을지 모를 일이기에 열심히 써 봐야겠다.
글이 지닌 무한 확장성 그리고 그 선한 영향력까지. 최근의 일련의 일들로 얼떨떨하면서도 책임감도 느꼈다. 내가 글로서 위안을 얻었듯, 이제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좋은 글을 쓰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삶 역시도 잘 살아야 했다.
▲ 북토크 현장 진지한 모습으로 북토크에 참여하는 참가자분들 |
ⓒ 신재호 |
최근에 글로 소통하게 된 작가님이 연락이 왔다. 평범한 사람이 글을 만나 삶이 바뀐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낼 예정인데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사실 언젠가는 꼭 써보고 싶은 이야기였다. 출판사에 기획서를 제출할 때 한편의 글을 써서 내면 최종 결정될 거라 했다. 처음 글을 만난 이야기부터 정말 삶이 바뀐 사연을 글에 담았다.
결과가 어떨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작가님께서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출판사에서 최종 책을 내기로 했단다. 메일로 출판 계약서를 보냈으니 확인해보라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정말 계약서가 와 있었다.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란 가제로 글을 통해 변화된 이야기를 잘 담아달라는 편집자의 당부 말씀도 있었다.
공저로 쓰는 책이라 일정이 빠듯했다. 올해 안에 책을 출간하는 일정이었다. 당분간은 글 감옥에 갇혀 시달릴 예정이지만 그 또한 행복한 일이었다. 이번에 쓰는 글 또한 누군가에게 닿아 글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직접 쓰게 되면 만나게 될 그 기쁨, 환희, 황홀의 순간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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