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 <관촌수필> 배경이 되는 마을에 삽니다

임명옥 2023. 4.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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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마을에 살면서 문학을 통한 상생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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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옥 기자]

▲ 관촌 숲 문학마당 터 충남 보령시 관촌마을
ⓒ 임명옥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관촌마을'이라 불린다. 25년 전에는 논이었을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 15층 우리집 거실 쪽으로는 멀리 보이는 충남 보령시 성주산이 시내를 감싸안은 듯하고, 맞은편 부엌 쪽으로는 간사지 논이 끝나는 곳에 먼 서해 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문구 작가의 연작소설 <관촌수필>의 배경이 되는 동네이기도 하다.

1941년생인 이문구 작가는 충남 보령시 관촌마을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와 옹점이 그리고 관촌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관촌수필>을 썼다. 1977년에 발행된 책은 1970년대를 현재 시점으로 해서 1940년대와 6.25 전쟁 전후의 격동적인 시대를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관촌수필>은 소설 형식을 띠었지만 작가의 어린 시절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관촌마을 풍경과 인물의 특징, 구수한 충청도 방언의 맛깔스런 대화글,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들에 대한 묘사로 읽는 재미가 넘쳐난다. 더구나 1992년에는 SBS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TV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40년대 관촌마을은 논이 끝나는 곳에 놓인 신작로 건너편에 철길이 나 있고, 철길 너머엔 바로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밀물 때는 방파제 너머 눈부신 바다가 가까웠다고 한다.  
 
▲ '관촌수필길' 안내판 충남 보령시 관촌마을 입구
ⓒ 임명옥
 
▲ 부엉재 이문구의 <관촌수필>에서 마을 뒷동산 부엉재
ⓒ 임명옥
 
▲ 칠성바위 자리 이문구의 <관촌수필>에 나오는 칠성바위 자리
ⓒ 임명옥
 
▲ 관촌마을의 솔숲 이문구의 <관촌수필>에 나오는 관촌마을의 솔숲
ⓒ 임명옥
 
작가가 18년 동안 살았던 관촌마을을 떠나 서울로 이사해 살면서 13년 만에 찾은 1970년대의 관촌마을은 작가에게 그리움과 아픔이었다. 철길 너머 바다였던 자리는 간사지 논으로 바뀌었고 토정 이지함의 지팡이가 나무가 되어 자랐다는 사백살 먹은 왕소나무는 고사해 보이지 않고 남에게 넘어간 옛 집은 추레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이문구 작가는 2003년에 타계하고 내가 살고 있는 관촌마을에는 소설 속 배경인 작가가 어린 시절 뛰어 놀던 뒷동산 부엉재와 솔숲이 남아있다. 그리고 마을 초입에는 '관촌수필길'이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산책로로 꾸며 놨다.

이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작가가 어린 시절 뛰어 놀았다던 뒷동산 부엉재와 솔숲, 북두칠성 자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칠성바위 자리, 작가가 나고 자란 집터를 볼 수 있다.
 
▲ 관촌공원 충남 보령시 관촌마을의 관촌공원
ⓒ 임명옥
 
▲ 관촌마을의 액자 이문구의 <관촌수필> 중에서
ⓒ 임명옥
 
시내에서 좀 떨어진 조용한 마을, 오래된 집들이 많아 노후화되어가는 우리 마을에 지금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에서 주관하는 도시재생사업에 관촌마을 프로젝트가 선정돼 지난 2월에는 주민설명회가 있었다. 나와 남편은 관촌마을에 20여 년 동안 살아온 주민으로 어떻게 사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해 설명회에 참석했다. 

관촌지구 도시재생사업은 주거환경정비 사업도 있지만 문화프로젝트도 담고 있어 이문구 선생의 <관촌수필> 배경지인 솔숲에 문학마당을 조성하는 사업도 포함돼 있었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했고 관촌 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20여 년간 아이들에게 국어와 논술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꾸준히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어서 문화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민협의체에 들어가게 됐다. 주민협의체는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수렴해 도시재생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단체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4년간 국토부의 지원을 받아 오래된 주택을 고치고 골목길을 개선하고 거기에 지역 주민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와 문화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문학 마당이 조성된다니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다. 

신도심에 비해 낙후되고 침체되어 있는 지역이 이번 기회를 통해 조그만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문학 마당이라는 공간을 통해 나는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공감하고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부터 한 발 한 발 준비해서 4년 후 관촌마을이 어떻게 재탄생하게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 관촌마을 전경 15층 아파트에서 바라본 관촌마을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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