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BN 1대면 北 전역 파괴” 美 전략핵잠 위력 보니

송태화 2023. 4. 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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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탑가 가능한 미국 주요 전략 자산
사거리 7400㎞ 달해… 여러 목표물 타격 가능
“韓 배치, 오히려 손실 일수도” 비판도
미 태평양함대가 26일(현지시각)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오하이오급 전략 원자력 추진잠수함인 메인함(SSBN741)의 모습. 미 태평양함대 트위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성과로 미 전략자산인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가 언급되면서 어떤 위력을 지녔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1981년 이후 처음으로 핵무장 잠수함을 한국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워싱턴 선언’의 핵심 중 하나로 평가된다.

CNN은 26일(현지시간) SSBN의 배치를 두고 “북핵 위협의 확장을 억제하겠다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SSBN의 제원부터 전개 결정의 함의에 이르기까지 집중 조명했다.

美 전략자산 ‘SSBN’, 북극해에서도 北 타격 가능

오하이오급 SSBN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으로 평가된다. 잠수함발사 핵탄두 미사일 트라이던드 II 20기와 수십 개의 핵탄두를 탑재해 ‘부머(boomer)’라고도 불린다. 미국은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 부머를 14척 보유하고 있다. 14척 중 8척은 워싱턴주, 6척은 조지아주 기지에 정박 중이다.

SSBN 내부에는 원자로가 설치돼 있다. 이 원자로를 통해 동력을 공급받아 평균 77일간 항해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항구에서 약 35일간 유지·보수를 받아야만 한다. 길이는 560피트(167.6m~170.7m)에 달하며 잠수 시 배수량은 1만8000톤 이상이다. ‘블루’와 ‘골드’로 분류되는 승무원 155명이 순찰 과정에서 적절한 휴식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굔대 근무를 선다.

보통 오하이오급 잠수함과 마찬가지로 SSBN 역시 각각 최대 20발의 트라이던트 II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사거리는 4600마일(7400㎞). 태평양, 인도양 또는 북극해 지역에서도 북한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Ⅱ D5’가 오하이오급 SSBN에 탑재 가능한 대표적인 무기로 꼽힌다. 잠수함 한 대당 이 미사일 최대 20대를 실을 수 있으며 각 미사일 탄두부에는 Mk4A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가 있다. 미사일 한 대로 별도의 여러 목표물을 한 번에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CNN은 트라이던트-Ⅱ D5 1기당 4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SSBN 1대에 총 80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CNS)의 추정치를 전하며 “트라이던트로 무장한 잠수함 하나가 북한 전역을 파괴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26일(현지시간) 트위터 채널을 통해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 741)의 괌 입항 사진을 공개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 트위터 캡처

“군사적 가치 떨어뜨릴 수도” 우려 나와

SSBN이 한국에 배치되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뿐 그 이상의 이익은 없다는 의구심도 들린다. 오히려 SSBN의 군사적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인도·태평양 지역 방위정책 전문가인 블레이크 허징어는 “군사적으로는 이 잠수함들이 잠재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한국 근처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사정거리가 긴 만큼 목표물 가까이 접근해있는 것에 상징적인 의미는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설명이다.

북한 내 특정 지역을 겨냥한다고 가정하면 SSBN의 사정거리 7400㎞를 고려했을 때 소말리아 혹은 호주 앞바다, 캐나다 서해안 연안 등에서도 눈에 띄지 않은 채 SLBM을 쏘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실익이 없는 만큼 굳이 한국에 배치했어야 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선언을 통한 SSBN 전개 계획 공개가 오히려 핵 억지력의 핵심 요소인 불확실성과 해당 잠수함의 군사적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미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처장을 지낸 칼 슈스터 전 해군 대령은 “미국과 한국이 전략적으로 잠수함의 가장 강력한 자산인 ‘비밀’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며 “핵 억지력은 적국이 핵무기와 존재와 규모를 알더라도 타격 능력의 정확한 범위나 위치, 사용 시점 등을 모를 때에만 발휘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SSBN이 한국 항구를 방문하기 위해 24∼48시간 전부터 준비 작업을 하게 된다면 북한 눈에 쉽게 띌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기습공격을 의도할 경우 우리는 그에게 잠수함이 어디에 언제 도착할지를 알려주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CNN은 최근 북한의 거듭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로 한국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비등한 점에 주목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B-52 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국 주변에 전개하게 됐을 것이라는 뜻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잠수함 전개가 미국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면서도 “무기의 종류는 다르더라도, 북한에 핵 보복의 메시지를 보내는 전략자산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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