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구리광석 '수출 금지' 입장 바꿔

프리포트·암만 정광 내년 5월까지 수출 가능
제련소 완공 지연…생산량 처리 못해 수출

오는 6월부터 구리 정광(불순물을 제거한 구리 광석) 수출을 금지하기로 한 인도네시아가 자국 내 구리 제련소의 완공이 늦어짐에 따라 일부 품목에 한해서는 수출을 허용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아리핀 타스리프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6월부터 구리 정광 수출이 금지되지만, 일부 구리 정광은 2024년 5월까지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출 가능 품목은 미국 광산 대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이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 그라스버그 광산에서 생산하는 구리 정광과 인도네시아 광산기업 암만 미네랄이 서부 누사텡가라 지역에서 생산하는 구리 정광 두 가지다.

인도네시아 파푸아에 있는 프리포트 맥모란의 그라스버그 구리 광산 모습[이미지출처=EPA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두 기업이 건설 중인 대규모 구리 제련소 완공이 늦어져 이들 업체가 한시적으로 구리 수출 금지 예외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포트 맥모란은 동자바에 30억달러(약 4조200억원)를 투자해 연 170만t의 구리 정광을 처리할 수 있는 제련소를 건설 중이다. 또 암만 미네랄은 누사텡가라에 연 90만t의 구리 정광 처리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당초 완공 시점은 연내였으나, 현재 완공률은 60% 수준에 그쳐 완공 목표일은 내년 5월로 미뤄졌다.

아리핀 장관은 2041년 종료되는 프리포트 맥모란의 그라스버그 광산 운영권 연장 논의도 시작했다. 프리포트 맥모란은 현재 그라스버그 광산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각종 원자재가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수출품 부가가치를 높이고 관련 산업도 함께 육성하겠다며 2020년 차량용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니켈 정·제련 시설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니켈을 제품 형태로 수출하고 있는데, 그 결과 니켈 관련 수출액은 연 17조 루피아(약 1조6000억원)에서 현재 연 450조 루피아(약 41조원)로 약 26배가량 늘었다.

니켈 원광 수출 금지로 재미를 본 인도네시아는 올해 6월부터 구리는 물론 보크사이트와 주석도 원광 또는 정광 형태로 수출하지 않을 계획이다. 광산 업체들은 "인도네시아 내 원광 처리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부터 막는다면 광산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여야 해 큰 손실을 본다"며 수출 금지 유예를 요청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