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고왔다던 '금빛 모래'를 못 봐서 아쉬워요"
[정수근 기자]
▲ 환경운동연합 신입 활동가들이 내성천을 잧아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걷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지난 28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환경단체 중 하나인 환경운동연합의 전국 신입 활동가들이 내성천을 찾았다. 환경운동연합 30년 역사와 함께하는 30기 신입 활동가들이다. 신입 활동가 현장 교육 차원의 내성천 방문이었다.
이들은 지난 4박 5일 동안 새만금, 여수산단, 월성원전 등등 전국의 환경 분쟁의 현장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 마지막 순서로 마지막 4대강 공사의 현장인 영주댐과 이 댐이 들어서서 점점 망가져가고 있는 내성천의 현 상황을 돌아보기 위하여 이곳을 찾았다.
내성천 물길을 따라 맨발로 걷다
이들은 우선 내성천의 진면목을 느껴보기 위해서 내성천은 걸었다. 온몸으로 내성천을 체감하기 위해 신발도 모두 벗어두고 맨발로 모래강 내성천으로 걸어들어가 물길을 따라 걸었다.
▲ 모래의 강 내성천 물길따라 걷기 순례 행사를 진행중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우선 이들은 제2 외나무다리에서부터 내성천 물길을 걸었다. 드디어 모래톱을 지나 강물로 들어섰다. 여기저기서 이구동성의 탄성이 튀어나온다.
"우와 시원하다. 우와 물이 너무 맑다!"
모래톱 위를 맑은 물이 흘러가는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무섬마을의 모래톱 풍광은 '만들어진 풍광'이다. 지금 내성천 전역은 사실 육화 현상 즉 영주댐의 영향으로 모래톱에 식생(풀과 나무)이 들어와 모래강의 특징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즉 모래강이 습지 형태의 강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섬마을은 전통마을로 국가유형문화재다. 전통마을 무섬마을이 인기가 있는 것은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모래강이 마을 앞에 펼처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드넓은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가고 그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가 만들어내는 풍광이 너무 아름답기에 아직도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 무섬마을을 찾고 있다.
그래서 이곳 마을주민들 그 모습을 유지하고자 모래톱을 주기적으로 정리해준다. 영주댐의 영향으로 이곳 무섬마을 모래톱도 육화 현상을 피해갈 수 없어서 즉 모래톱에 풀들이 올라올라치면 트랙터로 밀어서 제거하는 작업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무섬마을 앞 모래톱도 식생이 들어와서 낯선 풍광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품을 팔더라도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 산과 강이 만나 빚어놓은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이다. 자연제방을 따라 왕버들나무가 울창히 자라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환경운동연합 신입 활동가들이 내성천 물길을 걷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런데 무섬마을의 이런 노력들도 사실을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임시방편의 땜질식 처방일 뿐이서 안타깝다. 지독한 '녹조라떼' 댐으로 전락해 낙동강 수질개선이라는 목적을 전혀 수행할 수 없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댐이 된 영주댐을 하루빨리 철거해버리면 혹은 배사문(모래가 흘러나오는 문)을 포함한 모든 수문을 열어버리면 해결될 일을 이 근본적인 처방은 놔두고서 벌이는 이른바 '위장쇼'에 지나지 않는 처방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현상은 역시 국가문화재인 국가명승 제16호인 회룡포와 제19호인 선몽대 일원에서도 펼쳐진다. 이곳들도 예천군에서 문화재청의 예산을 받아 주기적으로 모래톱을 밀어서 겨우 이전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섬마을을 관리하고 있는 영주시와 회룡포와 선몽대를 관리하고 있는 예천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들 문화재들이 망가져가고 있으니 쓸데없는 댐인 영주댐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면 어쩌면 쉽게 해결될 문제를 이들 시군은 입을 굳게 닫은 채 이런 '위장쇼'만 벌이면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내성천의 아픔과 발바닥 통증
▲ "발바닥이 너무 아파요"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즉 거칠어진 모래톱을 통해 느껴지는 발바닥의 통증. 사실 영주댐이 들어서기 전 내성천 모래톱은 무척 고왔다. 입자가 가는 모래톱은 맨말로 종일 걸어도 발바닥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내성천 모래톱은 입자가 고운 모래는 모두 하류로 쓸려내려가버렸고 입자고 거친 모래만 남아 맨발로 걸으면 거친 입자에서 오는 통증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통증을 느끼며 굳이 맨발로 걷게 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 내성천의 현실이자 아픔이기에 그 내성천의 아픔을 몸소 느껴보라는 의미로 맨발 걷기를 고집했던 것이다. 평소 맨발로 걷는 훈련도 안 돼 있는 활동가들이기에 2km 맨발 걷기는 아픔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참회와 순례의 시간에 걸맞은 통증일 수 있다. 인간의 엉터리 개발로 망가져가는 내성천과 뭇 생명들의 아픔에 함께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의미로 말이다.
모래톱 걷기는 물가 자연제방을 따라 자라난 왕버들 군락 앞에서 멈췄다. 그리곤 그 앞에서 나란히 서서 최근에 일어난 또다른 아픔의 현장인 내성천 왕버들 군락 싹쓸이 벌목 사태를 기억하면서 함께 공분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함께 외쳤다 .
"내성천 왕버들 생태 테러 예천군을 규탄한다. 벌목을 멈춰라!"
▲ 이 아름다운 왕버들나무를 무참히 살해하다니 .... 벌목을 당장 멈춰라!!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날 이들 활동가들의 뒷배경이 된 왕버들 군락과 같은 아름드리 왕버들이 예천군에 의해서 지난 4월 중순께 무참히 잘려나갔었다. 이들의 외침은 무참히 '학살'당한 왕버들나무들에 대한 애도이자 연대의 의미를 담았다.
물길 걷기를 마치고 이제는 맨땅의 모래톱을 다시 걸었다. 말하자면 회향하는 것인데 이 육지 모래톱은 더 거칠었다.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그야말로 입자가 거칠대로 거친 모래톱을 맨발로 다시 걸었다.
물새알의 조우와 모래톱 명상
그러나 이곳을 걸을 때는 조심조심해야 한다. 바로 물새들의 알집이 모래톱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시키고 아픈 맨발 걷기는 다시 이어졌고, 이들은 난생처음 만난 물새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 흰목물떼새알과의 조우.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강의 소리를 듣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러고는 모래톱 위에 등을 대고 드러누웠다. 햇볕으로 따뜻해진 모래톱에 등을 대고 누워 강의 소리를 들었다. 바람소리, 새소리가 고요한 가운데 들려온다. 그렇게 한참을 모래톱 명상을 하고는 다시 걸었다.
이들은 처음 맨발 걷기를 시작했던 외나무다리 앞으로 다시 돌아와 이날의 순례를 정리했다. 이들은 모래톱에 둘러앉아 이날의 순례의 의미를 되새겼다. 각자 돌아가면서 내성천 풍경 속으로 몸소 걸어들어가 본 느낌을 나누었다.
서울에서 온 허혜윤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들려줬다.
▲ 환경운동연합 신입 활동가들이 외나무다리에 앉아 지친 다리를 쉬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는 조해민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이날의 소회를 밝혔다.
"여기 와서 외나무다리를 보자마자 너무 푹 빠져서 진짜 행복하게 걸었고 한강 활동하면서 모토가 모래톱이 펼쳐진 한강인데 사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거다. 그 모토를 말하면서도 항상 물 가득 차 있는 한강이 되게 더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 시선이 깨진 게 얼마 안 됐는데 이렇게 모래톱이랑 나무랑 어떤 얕고 깊은 물이 이렇게 어우러진 풍경이 이런 거구나,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게 이런 모습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까 좀 뭔가 겪어본 적 없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좀 크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걸으면서 한강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전주에서 온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내성천 물길 걷기에 대한 소감을 나눠줬다.
▲ 환경운동연합 신입 활동가들이 영주댐 앞에서 영주댐 해체하라! 낙동강을 살려내라! 구호를 외치며 현장 액션을 벌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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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십수년을 내성천을 다니면서 영주댐으로 내성천이 망가져가고 있는 역사를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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