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반전 평화' 외치는 요트팀이 있다?

이향림 2023. 4. 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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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공평해 프로젝트 출정식... 제주 강정마을 출발해 일본·대만으로, 총 5000km

[이향림 기자]

▲ 제1차 공평해 5000km 반전 평화 항해 출정식 공평해 프로젝트팀은 다가오는 6월 1일 요트를 타고, 제주 강정마을에서 부터 일본 오키나와, 대만을 잇는 5000km 항해를 할 예정이다.
ⓒ 최기홍
 
지난 25일 제주-오키나와-타이완을 잇는 평화 항해 '공평해 프로젝트' 기자회견이 열렸다.

오는 6월 1일, 송강호 캡틴을 포함한 크루 5명은 '요나스웨일' 요트를 타고, 제주 강정마을에서 출발하여 추자도, 거문도, 부산 해운대를 들른 뒤 일본의 대마도, 후쿠오카를 지나 오키나와현의 작은 섬들을 거쳐 최남단 섬인 요나구니시마를 끝내고 120km 떨어져있는 대만의 화련으로 들어간다. 남쪽에 있는 란위와 켄팅을 지나 서쪽의 섬과 도시들을 지나 수도 타이페이를 끝으로 이어도를 거쳐 제주 강정마을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들은 2022년 3차례에 걸쳐 제주 일주 항해 훈련을 마쳤고, 매주 수요일 강정마을 인근으로 항해 훈련을 하였다.   

5,000km의 항해길을 무동력 요트로만 이동
전쟁의 아픈 역사 서려있는 섬들, 한국 위안부가 마지막까지 살기도 해

'공평해 프로젝트'에서 가는 섬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일까?

송강호 캡틴은 이번 항해 루트에 대해 간략히 언급한 장소들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나가사키는 1945년 8월,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에 의한 원자폭탄이 투하됐었던 곳이다. 우리에게 군함도로 더 익숙한 하시마는 일제 강점기때 많은 조선인들이 징용되어 석탄을 캤던 곳이다. 섬의 80%가 숲으로 이뤄진 가고시마현 야쿠시마는 본토의 수탈을 당하는 식민지와 같았던 곳으로 1930, 1940년대 전쟁물자의 목재 수요를 담당했다. 

게라마 제도의 섬 중에 도카시키, 자마미에서는 일본군이 상륙한 1944년 9월 이후 두 달뒤 군인들의 식사 및 빨래를 하며 돈을 벌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은 한국인 여성 50여 명이 도착한 곳이다. 위안부가 된 여성들 중 한 명이었던 배봉기씨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1991년 10월 오키나와 나하에서 사망했다. 도카시키에는 배봉기씨를 추모하는 '아리랑의 비'가 세워져 있다. 도카시키는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군들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자살을 강제 유도하여 300명이 주민들이 집단 자살을 했던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외 아마미오시마에서는 군사기지를 짓는 중이고, 헤노코에도 미군기지를 짓고 있다. 일본의 최남단 섬인 요나구니시마에서는 군사용 레이더를 만들고 있다. 
 
▲ 5,000km 항해를 할 요트 '요나스웨일' 공평해 프로젝트 팀은 2022년 한 해 동안 요나스웨일을 타고 제주 일주 항해 훈련을 세번 마쳤다. 크루는 총 5명이고, 일본 대만을 다니는 동안 구간별로 게스트 2명을 태울 예정이다
ⓒ 박로드리고세희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기, 대만의 녹도(뤼다오)에는 일반 감옥이 들어섰고, 해방 뒤에는 장제스가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정치범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섬 전체를 감옥으로 만들었다.

현재는 '뤼다오 인권문화원'으로 바뀌어 국민당 독재 시절의 참혹함을 증언하는 전시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란유는 정부에 의한 거대한 수산물 통조림 공장이 핵폐기물 처리장이라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던 곳이다. 

왜 제주-오키나와-타이완인가?

세 섬들은 한국-일본-중국에 속한 섬들이 아닌 합병이 된 섬들이다. 그 전에 왕국이었고, 전쟁으로 인한 대학살의 피해가 있었으며 현재 군사기지들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 분쟁 지역을 다니며 축적된 경험을 통해 전쟁이 벌어지는 패턴을 보았던 국제구호단체 '개척자들'의 창립자 송강호는 세 섬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아픈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항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 제주-오키나와-대만 예상 항해길(총 5,000km) 제주 강정-추자도 125 -거문도 100-부산 해운대220-대마도 125-후쿠오카120 -이키 70-히라도대교50-사세보50 -나가사키 60-하시마(군함도) 20 -시모코시키시마 100 -가고시마170 -다네가시마 110-마게시마 10-다케시마 45-이오지마 15-야쿠시마50 -구치노에라부 50-구치노시마 60-나카노시마20-스와노세시마 30-야쿠세키시마 30-고타카라시마 40-타카라시마 15-아마미오시마 90-도쿠노시마 110-오키노에라부 90-요론시마 50-헤야손 40-이제나손 10-이에손 30-나고 25-나하 60-자마미 40-도카시키 30-구메지마 30-미야코시마 250-다라마시마 60-이시가키 80-이리오모테 30-요나구니시마 100-화련 150-타이통 150-녹도(뤼다오) 30-란위 70-켄팅 80-류큐(류추향) 70-카오슝 25-타이난 50-Qimei 80-남방4도국가공원 15-왕안-15-펑후 30-타이중 150-타이페이 150-센가쿠 200-이어도 700-제주 강정 200
ⓒ 송강호
 
5000km의 항해길, 1인당 1km(1만원) 후원할 수 있어

공평해 프로젝트는 후원으로 진행된다. 평화 항해길 1km 당 1인이 1만 원을 내는 방식으로 6월부터 총 100일 동안 5000km의 항해를 끝마칠 때까지 들어가는 목표 금액은 5000만 원이다.

후원 계좌에 1만 원씩을 넣고,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면 앞으로 진행되는 일정에 대한 소식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고, 프로젝트가 완수될 때까지의 기록을 담은 다큐 영화 및 행사에도 초대될 예정이다. 또한 일본과 대만의 구간 별로 게스트들 2명도 함께 동행할 수 있다. 관련 사항은 031-771-5072 로 문의하면 된다. 

이번 항해는 단발성이 아닌 매년 진행될 예정이다. 항해길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나니 앞으로 이 항해길이 다른 나라에도 널리 퍼져 세계 시민들이 찾아와 함께 요트를 타고, 요트 한 대가 두 대가, 세 대가 되고, 이러한 이웃 나라들과의 평화 항해길이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쳐 공평해 프로젝트가 널리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됐다.

이번 제1차 공평해 프로젝트는 피해와 가해가 뒤섞인 동아시아의 아픈 이야기를 함께 배우고, 행동하는 배움을 나누는 그 역사적인 시대를 여는 첫 항해가 될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제주의 올레길이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평화 항해길로 안착될 수 있도록 힘들이 모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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