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방미 경제 성적표는…NSTC·SMR동맹 '윈윈' IRA·반도체법 '아직'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안보 동맹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경제적 성과도 적지 않다. 미국과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된 것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전기차 기업들이 기대했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과학법(칩스법) 규제에 대한 해법은 원론적인 협의에 그쳤다는 평가다.
차세대 반도체 분야 협력…“한단계 도약 기대”
우선 한국 기업의 미국의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참여는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설립되는 민관 합동 반도체 연구기관인 NSTC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한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인 차세대 반도체 소자·소재, 첨단 패키징(포자), 양자 컴퓨팅 등 연구에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NSTC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의 기술이 미국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미 상무부는 반도체 생산 지원금 신청 절차를 안내하면서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이 NSTC 연구개발에 필요한 시설·장비·인력·정보 등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NSTC에 참여하지 않으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소외될 수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참여에 부정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원천기술을 같이 개발하자는 취지인 만큼 기술 유출 우려는 적다고 본다”며 “이미 벨기에 아이맥(IMEC)에서도 한국 기업이 참여한 반도체 공동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NSTC를 통해 국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원전 공동협력…소송전도 ‘조속 해결’
이번 순방을 계기로 강화된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SMR은 300㎿ 이하의 소형 원자로로, 탈탄소시대를 주도할 차세대 에너지로 꼽힌다. 순방 기간에 SK·SK이노베이션·한국수력원자력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설계기업 테라파워와 ‘차세대 원전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계약’을 체결했고,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수출입은행도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현대건설 역시 미국 홀텍인터내셔널이 협업하는 ‘팀 홀텍’과 SMR 건설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양국 정상 공동성명문에 ‘지적재산권을 상호 존중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는 양국간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송전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사안이 있다하더라도 밝힐 수 없고, 밝혀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궁극적으로 웨스팅하우스가 단독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완성할 수 없고, 한국도 원전 수출을 단독으로 하는 것보단 미국과 협력하는 모습이 좋으니 ‘윈윈’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론적 협의’ 그친 IRA·반도체법
이와 관련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이번 방미 기간 삼성SDI와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SK온과 현대차그룹의 합작공장 건설 등의 투자 합의가 이뤄졌다"며 "향후 총 13개 공장이 미국 현지에 건설됨에 따라 한국은 미국 공급망 전략의 핵심 파트너 국가로 부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이 장관이 IRA와 관련해선 ▶해외우려기업(FEOC) 가이던스 제정 ▶투자세액공제 적용 시 한국 기업 우선 고려 ▶핵심광물 FTA 국가 확대 등을 요청했지만, 장관급 공동성명문에 별도 합의 내용이 담기진 않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양국 장관이 만나서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가지겠다’,‘긴밀한 협력을 가져가겠다’는 뻔한 내용만 얘기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우리 기업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이 많았는데, 특정 규제나 조항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다”고 꼬집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경련)도 성명을 통해 “IRA와 반도체법 관련 명문화된 추가 조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한국만이 아닌 대만·유럽도 얽힌 복잡한 사안인 만큼 향후 실무진 차원 협의에서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는 기대감도 있다. 안기현 전무는 “(IRA나 반도체법은) 한미 양국만 협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이번 방미 순방만으로 명쾌한 해답이 나오긴 어려웠다”며 “이번 협의를 토대로 향후 논의과정에서 한국 기업 의견이 적극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세부 조항을 논의하는 것은 양국 정상이나 장관이 아닌 실무진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통상 문제와 직결되는 한미 안보 동맹이 강화된 만큼 향후 (IRA나 반도체법 등을)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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